우리나라와 수교한 1992년, 중국 경제는 막 거대한 비상(飛翔)에 들어갔다. 1982년 ‘계획경제를 주로 하고 시장의 조절을 부수적으로 한다’는 정도의 시장 개념을 처음으로 경제정책에 도입한 지 10년 만인 그 해, 장쩌민 전 주석은 14차 당대회에서 “중국 경제체제 개혁의 목표는 사회주의시장경제에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여 년 간 중국이 초고도 성장을 이어가며 마침내 미국과 어깨를 겨루게 된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유례 없는 중국 특수를 누려왔다.
▦ 중국 특수는 수치로도 금방 나타난다. 92년 연간 63억7,000만 달러였던 양국 교역규모는 지난해 2,352억 달러로 약 40배 팽창했다. 2003년엔 이미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등극했고,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교 당시 3% 이하에서 2012년엔 2위인 미국의 11%를 훨씬 넘어서는 25%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 대외교역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중국 특수가 어느덧 절정기를 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은 2012년에, 대중 투자는 이미 2007에 특수의 최고점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 우리 경제가 누린 중국 특수의 최고점을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차이나 피크(China Peak)’라는 용어로 함축했다. 그는 ‘차이나 피크 이후의 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강력했던 중국 특수가 가라앉게 된 배경을 중국 경제의 체질변화로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5월 중국 경제의 변화 방향으로 언급한 ‘신상태(新常態)’, 곧 6% 정도의 저성장을 감내하면서 경제체질을 고효율ㆍ내수 중심으로 바꾸려는 정책 등이 우리나라에는 중국 특수가 식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 그제 가서명 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가라앉고 있는 중국 특수에 새로 불을 지필 계기가 될 만했다. 하지만 우리는 농수산물, 중국은 제조업 시장 개방에 따른 내부 논란을 각각 피하려다 보니 개방 수준이 현저히 낮게 됐다. 한ㆍ캐나다 FTA가 10년 내 품목수 기준 97.5%를 각각 개방키로 한 것에 비해, 같은 기간 개방도가 각각 70%대에 머물게 된 한중 FTA는 오히려 보호무역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향후 중국 경제의 변화에 맞춰 특수를 되살려 나갈 후속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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