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어제 그 공 보셨어요?”
25일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전을 앞둔 민병헌(28ㆍ두산)이 취재진을 보자 먼저 말을 걸었다. “살다 살다 그런 공은 처음 봤어요. 이건 도무지 칠 수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갑자기 확 들어오는데, 무슨 직구가 160㎞인줄 알았다니까요.”
민병헌이 지칭한 건 전날 오릭스전에서 불펜 투수로 나온 사토 타츠야(29)였다. 그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최우수 중간계투상을 받은 오른손 투수다. 한국 프로야구로 치면 삼성 안지만(32)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마무리 투수에 앞서 등판하는 오른손 셋업맨이다.
민병헌은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데 공을 숨기고 나오니깐 갑자기 던지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까지 밴덴헐크(전 삼성)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더 무서운 투수가 있더라”며 “어떻게 그런 직구를 던지지? 삼진을 당하고 온 뒤에도 계속 생각나더라”며 몇 차례나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궁금해 정창용(소프트뱅크 이대호 통역) 형한테 물어봤다. 일본 불펜 투수 중 NO.1 이라고 하더라”며 “못 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붙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민병헌은 그런 선수다. 야구밖에 모른다. 인터뷰 내내 방망이를 놓지 않은 ‘악바리’는 신혼여행 중에도 개인 훈련을 했다. 지난해 12월 웨딩마치를 올리고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그는 아내에게 “온천에 좀 가 있으라”고 말한 뒤 1시간 30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는 후문이다. “5일이면 정말 긴 시간 아닌가. 훈련을 안 하면 심적으로 너무 불안하다.” 일종의 ‘훈련 중독’이다.
오죽하면 김태형(48) 감독이 걱정한다. 김 감독은 “만족이란 걸 모르는 선수다. 너무 열심히 해 주위에서 말릴 정도”라며 “좀 쉬엄쉬엄 해도 되는데”라고 말했다. 룸메이트 최재훈(26)도 “방에 들어와도 방망이를 놓지 않는다. 하루는 내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아봐라’고 했는데 소용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민병헌은 지난해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5리 162안타 79타점 12홈런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붙박이 1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스스로 “난 이대호 정근우(한화) 이용규(한화) 같은 선수가 아니다. 더 훈련해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채찍질을 가한다. “이렇게 훈련해야 ‘내가 너(투수)보다 훈련 더 했어. 내가 안타 칠 수밖에 없다’는 심적 우위에 놓인다”게 이유다.
민병헌은 “경찰청 소속이던 2011년부터 지금처럼 훈련했는데, 죽을 만큼 연습하니깐 1군에서 뛸 수 있게 되더라. 하지만 맘 편하게 야구하는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며 “올해 목표는 크게 잡지 않고 있다. 3할 타율로 정했다”라고 했다. 이어 “타석에서 삼진을 잘 당하지 않고 방망이 중심에 맞히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야자키=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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