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새 앨범 '곱사무'
유혼(幽魂), 추혼(追魂), 고혼(孤魂), 서천(西天).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는 단어가 김두수(56ㆍ본명 지서종)의 노래엔 흔하다. 음유시인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내 노랫말은 멜로디와 떨어지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시가 될 수 없다”며 시인이란 작위를 사양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두수는 오랫동안 음악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온 예술가다. 박경리 소설 ‘토지’에 나오는 악당의 이름을 예명 삼아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귀촉도’로 데뷔한 것부터 범상치 않다. 1986년 데뷔 이래 평균 6년의 간격을 두고 30년간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예술적이고 몽환적인 포크 음악이라고 해서 ‘아트 포크’, ‘애시드 포크’로 불리는 그의 음악은 유랑, 바람, 저녁, 낙화 등의 이미지를 품고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7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곱사무’가 최근작이다.
그의 음악이 늘 그렇듯 앨범 ‘곱사무’도 속세를 떠나 도처를 떠도는 바람 같다. 마음 속 공명을 일으키는 어쿠스틱 기타와 창백하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그걸 감싸는 관악기와 현악기의 겸허한 조화. 그는 이 모든 것을 이끌고 노랫말처럼 ‘망각의 꽃’(‘곱수무’)이 있는 ‘거먹의 언덕’(‘저녁이 온다’) 너머 ‘흰구름의 조각배’(‘강 건너기’)를 타고 강을 건너 ‘시간의 길’(‘바람개비’)을 따라 떠간다.
‘곱사무’는 김두수가 체코에서 석 달간 머무르며 현지 엔지니어, 연주자들과 녹음한 앨범이다. 24일 서울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3, 4년 전부터 보헤미아 지방을 여행하고 현지 연주자들과 섞여서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전 앨범과 비교할 때 가창보다 연주에의 비중이 커진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본연의 악기 소리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 원래 녹음한 소리를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두수는 자신의 노래처럼 조용하고 과묵하며 가냘픈 사람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저녁의 어둑한 음악보다 훨씬 표정이 밝았다는 것이다. 노래에 짙게 비친 허무의 그림자도 옅었다. “제 삶이 너무 어두운 쪽으로 치달으면 음악이 끼어들 여지가 없겠죠. 제 노래에 허무가 있다면 그게 우리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허무할지라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죠.”
그의 집은 전북 군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이다. 오로지 음악으로 생기는 작은 수입으로 아내와 청빈하게 산다. 고려대 재학 시절 음악을 시작했으나 도시의 욕망 가득한 소음이 싫어 여기저기로 옮겨 다녔다. 1988년 2집 발표 후 경추결핵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던 일이나 그의 음악을 듣고 한 팬이 자살하려 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도 유랑의 이유가 됐다.
방랑자는 다시 해외로 떠난다. 5집 앨범을 제작했던 일본 음반사 덕에 그의 음악이 해외에도 알려져 협업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스코틀랜드 시인 알라스데어 캠벨의 제안으로 그의 시에 곡을 붙인 앨범을 올해 말쯤 현지에서 녹음하려고 합니다. 이번 앨범 수록곡 ‘낙화’의 영어 가사를 쓰기도 했죠. 8곡 정도 만들었는데 영어 가사 발음이 괜찮을지 걱정이네요.(웃음)”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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