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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35% "보건 선생님이 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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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35% "보건 선생님이 안계세요"

입력
2015.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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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예산 부족하다며

일반 교사가 겸직하라 지침내려

"무자격자의 치료 행위는 불법

약 오남용 잦아 학생만 피해" 비판

경남 A고교에 재학중인 B군은 지난해 수업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앞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 배에 공을 강하게 맞았지만 담임교사는 “괜찮다”는 B군의 말만 듣고 수업을 듣도록 방치했다. 이 학교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큰 학교였지만 보건교사가 없어 초기 진단이 불가능했다. 병원에 실려간 B군은 장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보건교사가 따로 없어 일반 교사가 보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다칠 때마다 큰 사고는 아닐까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충남 C중학교는 다친 학생들이 양호실을 찾아가도 문이 잠겨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처방할 약도 부족해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학교는 보건교사가 없어 학부모들이 교대로 양호실을 관리한다. 인근 학교의 보건교사는 “가끔 업무를 보러 가지만 지병이 있는 학생에 대한 관리나 건강ㆍ안전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이 안전 사고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 초ㆍ중ㆍ고교 1만1,612곳 가운데 보건 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7,598개교(65%)에 불과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도 교육부는 일반 교사에게 보건 교사 업무를 맡기는 식의 땜질 처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의 안전과 건강 관리를 강화하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교육부의 ‘2015년 학생건강증진 기본방향’에 따르면 교육부는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에 ‘관련 교과 교사를 연수시켜 보건겸직 교사로 지정해 보건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맹장이 터진 아이에게 복통약을 처방하거나 뇌진탕인 학생에게 두통약을 주는 등 부적절한 처치와 약물 오남용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보건법은 각 학교에 의무적으로 보건교사를 배치하되, 소규모 학교는 보건교사 1명이 두세 곳의 학교를 담당하는 순회교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대형학교에도 보건교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선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보건위원장은 “경남 지역 대형 학교 중 보건교사가 없는 곳이 20여곳에 달한다”며 “순회 교사도 소속 학교의 학생 수백명을 두고 다른 학교로 가서 업무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연수를 거치더라도 일반 교사의 의료 행위는 법률 위반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종림 충남 보건교사회 회장은 “보건교사는 간호사 자격증이 있어 응급 처치와 간호, 보건 상담이 가능하지만, 일반교사의 처치나 처방 등은 의료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교사들도 보건 업무 겸직을 기피한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막 임용된 젊은 여교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떠맡는 실정”이라며 “관련 연수를 받게 되면 기록이 남아 계속 차출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연수 받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예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기획재정부 등에 인원 확대를 요청해도 공무원 수를 늘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최근 5년간 보건교사 증원은 1% 수준에 그쳤다”며 “연간 200명 수준이라도 보건교사를 채용한 뒤 간호사 등의 대체 인력을 기간제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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