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상황 등 따라 변동 심해 학자들조차도 정반대 연구 결과
"세율 3%P 올리면 향후 5년간 연평균 4조6000억 세금 더 걷혀"
법인세는 요즘 가장 ‘핫’한 세금이다. 한쪽에선 “내려봐도 효과가 없는 게 드러났으니 이제는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 편에선 “모든 나라들이 내리는데 우리만 올리는 건 안 된다”고 치열하게 맞선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민심이 요동치자 그간 법인세 개편 요구에 꿈쩍 않던 여당과 정부가 “법인세도 불가침의 성역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먼저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나라 전체가 세수부족으로 난리인 마당에 법인세만 논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법인세 인상은 긍정과 부정 효과가 혼재돼 명쾌한 판단이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인세 논의의 가장 큰 난제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울 객관적 분석자료가 의외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법인세가 가지는 특유의 애매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법인세는 외형상 기업이 내지만 결국엔 세 부담의 주체가 주주, 근로자, 소비자로 분산된다. 그만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고 기업의 국외 이전 같은 무형의 부작용도 작지 않다. 세금을 통한 재원배분의 왜곡도가 다른 세금보다 심해 오래 전부터 외국에선 아예 폐지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낸 기업들만 내는 세금이다. 1~2%의 세율 차이보다는 경기상황에 따라 세수가 훨씬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이나 과거 불황기ㆍ호황기의 여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율과 세수의 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세율 변경에 따른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특성도 있다.
이러다 보니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법인세 인상의 효과를 두고 정반대 연구 결과가 나온다. 법인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은 물론, 물건을 파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칠까에 따라 계산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금수입이 얼마나 늘어나느냐를 두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 최고 22%(과표 200억원 초과)인 법인세율을 MB정부의 인하조치 전 수준인 25%(과표 500억원 초과)로 3%포인트 올릴 경우 향후 5년간 연평균 4조6,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1,000억원 초과 과표 구간을 신설해 30% 세금을 매기면 5년간 평균 세수증가분이 10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른 변화는 최대한 배제하고 세율만 올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반면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이 연구원의 황상현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이 기업의 생산과 수익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법인세액이 오히려 4.2~4.9% 줄어들 것이란 분석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야당의 주장대로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경우 국내 비금융상장기업의 법인세 총 납부액은 1조2,00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에 미칠 영향도 연구마다 온도차가 크다. 일반적으로 법인세 부담이 늘면 기업의 투자에는 감소요인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의 2005년 ‘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활동에 미치는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세부담이 5% 줄 때 자산 대비 투자는 0.05% 증가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기업의 투자비중(5%)의 10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영향력이 미미하다.
반면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포인트 늘면 자산 대비 투자가 1.3~2.7%포인트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원은 또 현행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상되면 국가 전체의 투자와 국내총생산이 각각 0.96%, 0.33%씩 감소할 걸로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법인세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원론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최근의 세수부족 현실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달라진 기업들의 태도, 경제 환경 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각은 크게 갈린다. “사내 유보금만 125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들에게 법인세 1조~2조원 인상은 의사결정의 큰 변수가 못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꾸준히 내리던 세율이 한번 오르면 ‘계속 오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기업들의 장기 투자계획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수부족을 법인세만으로 메우려는 발상은 위험하지만 향후 복지와 세제의 틀을 재정립하는 과정에 법인세 개편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은 정치적 성격이 강해 경제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분야”라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향후 복지를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정해진다면 법인세 인상의 양면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법인세 개편 수준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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