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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판알 바빠진 '선거제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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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판알 바빠진 '선거제 개편안'

입력
2015.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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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큰 틀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야는 지역주의라는 고질적 병폐를 타개하는 방안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각론에서는 유불리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해 여야 공히 당장은 신중한 접근자세를 취하고 있다.

與, 권역별 비례·지역구 축소 모두 부정적… "신중히 논의" 원칙론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5일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5일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누리당 지도부는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원칙론을 내놓으면서도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및 비례대표 의원 정수 2배 확대 등이 대체로 새누리당에 대체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25일 “향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꾸려지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현행 246석에서 200석으로 줄이는 대신 전국단위 비례대표를 권역별 비례대표로 전환해 정수를 5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방안부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역구 의석을 줄일 경우 수도권 등 대도시보다 지역의 도ㆍ농선거구가 더 많이 줄 수밖에 없어 지역간 격차가 더 커진다”며 “정개특위가 꾸려지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8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서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석패율제 도입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지만, 석패율제와 사실상 맞물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제대로 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하는데,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결국 지역구 의석 축소 논의로 이어질 텐데 당론을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선관위 기탁 허용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선관위의 개정의견을 수용할 경우 정치권의 ‘돈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진 않지만 실질적인 이해득실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정 기탁이 아닌 정당 보조금 배분 방식이어서 실질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현실론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선관위 기탁이긴 하지만 사실상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며 “이 밖의 다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野, 영남권 의석 확대 등 기대에 "환영" … 호남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5일 국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5일 국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에 이어 25일에도 선관위 권고안에 대해 재차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 안에 텃밭인 호남의 지역구 감소가 포함되면서 호남 출신 의원들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현행선거제도는 승자독식으로,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지역대결구도를 부추기는 현 제도를 혁신하는 것에 새누리당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적극적으로 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표 입장에서는 선관위 권고안을 거부할 명분도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이 실리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실시되면 40%의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18개 지역구 중 2곳에서만 의원을 배출한 부산 등 영남권에서 의석수 확대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나 전남에서의 여당 지지율보다 부산과 영남에서의 야당 지지율이 더 높은 것도 사실이라 야권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득이 되면 됐지 실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초선 의원은 “선관위 안이 통과된다면 여당과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을 뜻했지만 승자독식구조로 사장된 표들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하면서 광주·전북·전남·제주 권역에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 대표를 합쳐 34석만 배당해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9대 국회와 비교해도 2% 가량 감소한 수치라 통폐합이 불가피한 지역구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호남 지역구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참가해 (의석수 배분을) 적극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선거구 재획정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편 전반을 논의할 정개특위의 경쟁률도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지역구 축소와 비례대표 확대 방향에 대해서도 지도부와 현장의 온도 차가 감지된다. 상황이 민감하니 당 지도부도 일단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우윤근 원내대표 측은 “원내대표가 특위 구성에 뭐라고 입장을 밝히면 오히려 의원들이 더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며 “현장의 불만을 잘 들어 특위 구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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