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다" "최선 다하겠다" "경제 살리기에 국력 집중해야"
이완구 국무총리는 25일 국회 데뷔전에서 최대한 몸을 낮췄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는 “부족한 제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갖가지 오점이 드러나고 어렵사리 인준 표결을 통과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짐을 줬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그는 가급적 낮은 곳을 향했다.
이날 정치ㆍ외교ㆍ통일 분야의 국회 대정부 질문을 위해 국회에 나타난 이 총리는 “현행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의원 입장일 때와는 달리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에 불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이해찬 의원의 질의에는 “이 자리가 마지막 공직 자리라고 생각하고 싶으며 박근혜 정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도 도리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때 입장을 밝히겠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도 했다. 그는 이날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평소 달변가답지 않게 최대한 답변을 짧게 하려 애썼다.
이 총리는 의외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는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소신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국가와 정부 기밀을 공개하는 게 옳은 것인가 생각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논란과 관련해서도 “살포 자체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마치 과시하듯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그런 이 총리의 데뷔전에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괜히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며 “취임 한 지 얼마 안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업무 파악이 상당히 덜 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의 또 다른 의원은 “‘완구라’라는 별명의 이 총리가 평소와 너무 달랐다”며 “많은 말을 하고 폼 재던 그가 인사청문회 때 상당히 시달렸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개헌에 소극적인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포문은 새누리당 내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5선 이재오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돈이 없다고 난리인데도 대선이 있는 5년마다 표가 된다면 무슨 공약이든 한다”며 “이기는 사람이 다 갖고 지는 사람이 다 잃으니까 5년마다 갈등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갈등이 증폭된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의 힘으로 개헌하는 것도 나쁘지만 국회의원들이 개헌해야 한다고 개헌특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데 권력의 힘으로 개헌을 막는 것도 나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15년 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도 “현행 헌법은 1987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대통령직선제를 위해 급하게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 중임제와 임기가 보장된 책임총리제를 뿌리로 하는 ‘한국형 대통령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그러나 “이 문제(개헌)를 논의하는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가 어려워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개헌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온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