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호세 무히카 28일 퇴임
"진짜 가난한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
검소한 생활·환경보호·기부의 삶
국제무대 연설 온라인서 새삼 화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존경 받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80) 대통령이 28일 퇴임한다.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 당선인이 이어 3월 1일 취임하지만 물러나는 마당에도 무히카 대통령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지지율은 65%. 2009년 대선 득표율(52%)을 한참 앞섰다.
무히카 대통령이 우루과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남미에서 드물게 성공적인 좌파 정부로 평가 받는 것 이외에도 검소한 생활방식과 자선단체 기부, 빈곤타파와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 때문이다.
퇴임을 앞두고 낸 전기 ‘조용한 혁명’은 우루과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10개국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특히 무히카 대통령이 재임 중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한 연설들은 온라인에서 전문이 공유될 정도로 화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대신 환경을 보호하고, 빈곤과 가난을 해결하자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무히카 대통령은 2013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현대사회는 가치에 반해서 움직이고 수단에 관계없이 단지 부자일 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인류는 시장경제를 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더 이상 소비를 못하게 되면 좌절하고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여길 것”이라며 “전세계인들이 보통 미국인들처럼 소비한다면 3개의 지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히카는 이어 “국경을 넘어 전세계가 소수의 이익만을 위한 경제와 싸움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무시간을 바꾸고,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하고, 사막화를 반대하고, 더 많이 재활용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히카는 앞서 2012년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 연설에서도 소비사회에 갇힌 현대인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사회에 통제 당하고 있다”며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다.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빈곤한 사람은 조금만 가진 사람이 아니고 욕망이 끝이 없으며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만든 사회 모델이다.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들의 생활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개발은 행복, 지구에 대한 사랑, 인간관계, 아이 돌봄, 친구 사귀기 등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무히카 대통령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그의 주장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취임한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아내 소유 농장에 거주하고 있다. 집을 지키는 것은 두 명의 경찰과 다리 하나 잃은 개 마누엘라이 전부다. 재산 목록에 기재된 전 재산은 농기구 몇 개, 트랙터, 1987년산 폭스바겐 비틀 뿐이다. 지난해 한 아랍 부호가 이 자동차를 100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을 때 거절했다. 이유는 애견 마누엘라가 그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매달 받는 월급(1,300만원)의 90%는 사회복지 단체와 소속 정당에 기부한다.
무히카는 평소에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내가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진 재산이 많지 않으면 재산을 지키려고 노예처럼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쓸 시간이 더 많아진다”며 “내가 정신 나간 늙은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유로운 선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고 말한다.
임기를 마친 뒤 무히카는 상원의원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열렬히 지지하는 남미국가연합(UNASUR)의 임시의장직도 맡을 계획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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