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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에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졸업하는 원로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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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에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졸업하는 원로 과학자

입력
2015.02.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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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으로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인문학과 과학이 조화를 이루어야 사회가 더 윤택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24일 열린 서울시립대 졸업식에는 일흔 나이에 두 번째 학사모를 쓰게 된 특별한 졸업생이 있었다. 주인공은 국사학과를 졸업한 한국 과학계의 원로 이영남(사진)씨.

역사를 새롭게 배우기로 결심하기 전까지 이씨는 줄곧 순수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1964년 서울 이화여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약학과에 진학했다가 미생물학에 관심이 생겨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76년 미생물학 석ㆍ박사학위를 따고 귀국한 이씨는 연구와 가르침에 몰두했다.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영국 국립의학연구소 연구원,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 등을 거쳤고, 2005년 한국미생물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2011년 퇴임 때까지 과학계의 원로로 자리매김했다.

과학자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이력을 쌓았지만 이씨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걸어온 길과는 색다른 인문학에 눈을 떠 국사학 연구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 이씨는 “고도 성장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이 있었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학도임에도 이씨는 모범생 그 자체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인 자택에서 학교까지 1시간 반이나 걸리는 통학 거리는 손자뻘 동료들도 버거울 법하나 결석은커녕 항상 강의시간에 맨 먼저 도착해 수업을 준비했다. 이외에도 학생 총회, 다문화가정 학생 멘토링 등 대외활동에도 참석하며 대학생활에 열의를 보였다.

국사학과 대학원 진학이 결정된 이씨는 “과학자로 살아온 인생에 역사적 안목을 접목해 우리나라 역사의 새로운 부분을 찾아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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