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만 2년이 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기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지속한지 어느덧 7년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통일부 장관을 교체하고, 핵심 국정과제로 ‘남북 간 실질적 협력통로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집권 3년차를 맞았다.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선 지난 2년간의 대북정책 추진과정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불리한 여건들을 먼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전 이명박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숙제가 많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해서 운신의 폭을 제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화해협력정책을 중단하고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는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관리정책보다는 급변사태론을 내세우고 압박위주의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관광객 피격사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 등 대남 도발과 핵 능력 향상으로 맞섰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취해진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결의와 남북 차원의 5·24 조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국제사회와 함께 한미중이 북핵 제재와 압박 공조를 취하는 가운데 제재를 풀고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집권 이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통일부 역할 축소와 여론의 착시효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 폐지를 검토하다가 여론에 밀려 존치하긴 했지만 ‘힘 빠진’ 통일부 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청와대 안보실이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통일부 위상은 더욱 위축됐다. 청와대 안보실의 인적 구성도 군사, 외교, 안보 전문인사들로 채워졌다. 청와대 인적 구성에서 북한전문가가 소외된 데는 북한을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우리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안보 우선의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 통일전선부도 힘 빠진 통일부를 제쳐두고 청와대 안보실과 직접 고위급접촉을 추진함으로써 통일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집권 이후 국정수행 평가에서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비교적 높은 지지도 유지에 따른 착시효과도 대북정책을 적극화하지 않은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핵실험과 연이은 ‘말 폭탄’ 등은 국민들의 부정적 대북인식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의 잇따른 무리수가 지난 대선에서 다수 국민들의 보수정권 선택을 고무했는지도 모른다. ‘악마화된 북한’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반영돼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장관급회담은 성사 직전에 ‘격’을 문제 삼아 결렬시켰고, 북한 실세 3인방이 남측에 왔을 때도 이를 관계 복원의 기회로 삼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공조가 이뤄지고, 보수정권을 선택한 지지층을 의식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남북관계 복원의 중요 계기 때마다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일대박론, 드레스덴선언, 작은 통로론,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대북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는 논리와 구상 및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올해는 많은 담론과 구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많은 좋은 메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받아먹지 않으면 추상적인 계획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더 이상 과정과 구상의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실천 로드맵으로 업그레이드될 때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실질적인 작은 통로들이 열리게 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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