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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꺼지지 않는 불꽃은 없다

입력
2015.02.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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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장 나지 않는 기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부품이 들어가 있지 않는 무동력 기계들도 고장 나기 일쑤인데, 각종 소프트웨어와 셀 수 없는 부품들의 복합체인 원자력발전은 그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고장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욱 엄격한 운영ㆍ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게다가 후쿠시마 사고에서 봤듯이 원자력발전 사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한 타협의 여지를 두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보고 있자면 후쿠시마의 교훈이 4년 만에 몽땅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30년이다. 이미 3년 전에 수명을 다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미 무덤에 묻었어야 할 대상을 다시 살려보자고 논의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인데, 그 논의과정은 이해를 떠나 괴이하기까지 하다. 심의를 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당초 1월에 수명연장을 결론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명 연장 안전대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2월로 한차례 결정이 유보됐다. 그런데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에도 결론을 내지 못해 다시 2월 26일로 결정을 유보했다.

수명 연장의 핵심인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명연장 불허 결정을 내리기는커녕 결정만 계속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속내가 무엇인지 명확해지는 논의과정이다. 심지어 지난 13일에는 심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부 위원들이 수명연장 표결을 주장하고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제기되고 있는 안전문제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심의위원 중 찬성표가 더 많다는 걸 염두에 뒀음이 확실하다.

민간위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안전성 문제는 쉬이 흘려 보낼 내용이 아니다. 월성 1호기와 노형도 같고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캐나다의 젠틸리 2호기는 지난 201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됐고,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 노후 원전이 아닌 신규 원전에 적용되는 기술로 안전대책을 높였더니 설비 개선비용이 1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형태의 원자로인 월성 1호기에는 고작 5,600억원의 비용을 썼다. 최신안전기술을 쓰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경제성을 꿰맞추기 위해 안전문제를 희생시킨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2015년 상반기, 고리 1호기를 2017년 상반기 폐로한다고 가정했을 때 폐로와 관계없이 전력설비예비율은 2015년부터 최소예비율 1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2013년 전력소비증가율은 1.8%에 불과하고, 2014년은 이보다 더 낮은 0.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3년 3%, 2014년 3.3%로 나타났다. 전력소비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지금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등장했다며 환호하던 1978년 새마을운동 시기가 아니다. 원자력 발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당시와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70%의 국민이 원전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 역시 64%나 됐고, 원전 사고 대비를 못하고 있다는 응답 역시 59% 수준이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의견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지역사회에서도 감지된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2월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중단 및 고리원전 1호기 즉각 폐기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역 당사자들이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를 검토한 끝에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월성의 불은 이제 끌 때가 됐다. 언제까지 설득력 없는 경제적 이유를 근거로 안전을 외면할 것인가.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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