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언제 내려가?” 명절이 다가오면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그때마다 대답하고 나서 이상한 생각이 들곤 했었다. 수도권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고향으로 올라간다고 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내려간다는 말에 지방으로 가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다는 뜻 이외에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다는 뜻 또한 담겨 있어 약간 불편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좌천이나 귀양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피식 웃었던 적도 있다.
고향 가는 길에 ‘내려가다’는 말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았다. 시냇물이 어딘가로 졸졸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 맨 처음 떠올랐다. 내려가는 일은 미지의 곳에 가닿는 일, 종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시종 기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다 보면 올라올 때 지나쳤던 것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기도 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해서 바람 좀 쐬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아빠와 아이가 핫도그를 베어 먹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내려가는 것은 뒷날로 전해지는 것,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아들이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전해지고 취향이 전해지고 사랑이 전해지는 것, 이 모든 전해짐에는 다름 아닌 내려감이 있었다. 그리고 고향에는 기억과 취향과 사랑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고향에 내려가는 길은 내내 설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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