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세계 최초 오락용 로봇 아이보(AIBO)를 시판한 게 1999년이다. 인공지능을 갖춰 적절히 짖고 걷고, 간단한 말귀까지 알아듣는 ‘강아지’다. 25만 엔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1세대 시제품 3,000점은 20분 만에 동이 났고, 이후 약 15만여 개가 팔렸다. 경영난을 겪던 소니는 2006년 매출이 격감한 아이보를 단종했고, 지난해 3월 부품공급 중단과 함께 수리서비스도 그쳤다.
실제 애완견 못지 않은 헌신과 사랑을 아이보에게 쏟아온 고객들은 전 소니 기술자들을 찾아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수리를 의뢰하고 있다. 수리가 불가능한 아이보는 분해돼 부품 기증도 하는데, 그 혜택을 얻으려면 비용뿐 아니라 응당한 조의를 표해야 한다. 아이보 주인들은 ‘수리’가 아니라 ‘치료’라 부른다.
재생불능의 아이보 주인 중에는 전통 사찰에서 장례와 영혼 천도 행사를 치르는 이들도 있다. 지난 1월 26일 일본 지바현의 한 사찰에서 아이보 합동천도제가 열렸고, 거기 참석했던 한 아이보가 일본 명견 시바견과 마주쳤다. 아이보의 꼬리는 섰는데 시바견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았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이즈미=AFP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