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늦게 피는 꽃에서 더 많은 잎 돋는다, 돈 잘 버는 직업 아닌 좋아하는 길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늦게 피는 꽃에서 더 많은 잎 돋는다, 돈 잘 버는 직업 아닌 좋아하는 길로"

입력
2015.02.25 04:40
0 0

고려대 생명과학부 강태욱씨 졸업생 소회 공모전 최우수상

오늘 졸업생 대표 답사 영예

“늦게 꽃피는 식물에선 대신 더 많은 잎이 돋는다. 취업과 고시, 전문대학원 등의 길이 점점 좁아지는 요즘, 조바심 내는 대학생들이 혹여 늦더라도 풍성한 잎으로 성숙하고 자신의 사명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25일 열리는 제108회 고려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답사에 나서는 생명과학부 4학년 강태욱(25)씨의 소회글이다. 통상 대학 졸업식에서는 성적우수자가 졸업생 답사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씨는 학점이 좋아 답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려대는 2013년부터 전체 졸업생을 상대로 학교에서의 추억, 감명 깊었던 강의 등 대학 생활과 관련된 자유로운 주제로 글을 공모해 최우수작품상을 탄 사람에게 답사 기회를 주고 있다. 강씨는 ‘늦게 피는 꽃에선 더 많은 잎이’라는 제목의 글을 출품해 최우수작품상을 탔고, 6,200여명의 학부ㆍ대학원 졸업생을 대표하는 영예를 안았다.

공모전은 졸업식이 보다 의미 있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명순구 교무처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대학 졸업식은 사회 저명인사가 하는 연설로 해마다 화제가 되고 지역사회 축제의 장으로도 기능하지만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에는 취업난으로 졸업식 참석마저 외면하는 학생이 늘어 식장 한 군데가 텅 비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 관계자는 “졸업생 답사도 없던 이전의 밋밋한 졸업식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공모전을 통해 졸업생 답사를 맡을 학생을 선발하는 것 외에도 작품 30점을 추려 책으로 엮은 뒤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강씨의 글에는 학창시절 추억과 후배들을 향한 선배의 애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 군 입대와 어학연수 등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입학 7년 만에 졸업하게 된 경험, 취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의ㆍ약학 전문대학원으로 지원하는 세태에 대한 아쉬움 등도 담았다.

강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생명과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는 “모교 대학원에 진학해 ‘애기장대’라는 잡초 식물의 꽃이 피는 시기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며 “돈 잘 버는 직업으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평소 흥미를 느꼈던 공부를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