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IP 유출은 애초 업계 금기
IP 제휴 통해 새 수익원 변모
PCㆍ모바일 강자 엔씨ㆍ넷마블
IP 공유도 추세에 불 붙일 듯
지적재산권(IP)을 팔아서 특허료 수입을 올리는 일이 휴대폰, 반도체 등 제조업체들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게임업계에도 예전 유명 게임들의 IP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게임업체들은 핵심 자산인 IP유출을 금기로 여겼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IP판매를 통해 과거 인기 있었던 컴퓨터(PC)용 온라인 게임이 새로운 모바일 게임으로 거듭나며 다시 인기를 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웹젠이다. 게임업계 IP 판매 열풍에 불씨를 지핀 웹젠은 2003년 중국에 온라인게임 ‘뮤 온라인’을 선보여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10여년 사이 뮤의 인기가 사그러들며 예전만 못한 상황이 됐으나 지난해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중국 개발업체 킹넷이 “뮤 온라인을 모바일판으로 부활시키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후 킹넷은 웹젠으로부터 뮤 게임의 IP를 사들여 모바일 판인 ‘전민기적’을 새로 만들었다. 이 게임은 24일 현재 애플의 응용 소프트웨어(앱) 장터에서 중국 시장 매출 2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민기적의 흥행 덕에 웹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13% 신장했다. IP 판매 만으로 가만히 앉아서 전체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벌어 들였다.
웹젠이 킹넷으로부터 얼마의 로열티를 받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전민기적 매출의 5%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 제휴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개념이어서 로열티가 그대로 수익으로 쌓인다”며 “한번 잘 만든 옛날 게임이 잊혀져 가던 회사까지 일으켜 세운 셈”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2000년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름잡던 역할분담게임(RPG) ‘미르의전설2’의 IP 판매를 통해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대형 게임업체 샨다게임즈가 미르의전설 IP를 구입해 곧 ‘열혈전기’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열혈전기가 ‘제2의 전민기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위메이드 주가는 연초대비 최근 약 20% 상승했다.
요즘 넥슨과 경영권 분쟁으로 한창 시끄러운 엔씨소프트도 IP 활용에 뛰어 들었다. 지난 17일 엔씨소프트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맺은 넷마블과 IP를 공유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PC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게임에, 넷마블은 모바일 기기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게임에 강점을 갖고 있다보니 서로의 게임 IP를 공유하면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엔씨소프트의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나 ‘블라이드 앤 소울’을 양 사가 모바일 게임으로 공동 개발하거나, 리니지 속 캐릭터와 줄거리를 가져온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측이 어렵고 부침이 심한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게임 업체 간 IP 공유나 판매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제휴를 기점으로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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