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가 내 놓은 경제 개혁안을 수용했다고 24일 AFP 등 외신이 밝혔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열린 화상 전화회의에서 그리스가 전날 제출한 경제개혁안을 검토한 후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연장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이제 회원국 의회 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개혁안은 정부가 이를 수행하려는 확실한 보장을 전달하고 있지 않다”며 그리스의 개혁안 실현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가 유로 그룹에 제출한 개혁정책을 모두 이행할 경우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IMF로 이뤄진 '트로이카' 채권단의 평가를 거쳐 4월 말에 72억유로(약 9조원)의 분할지원금을 받게 된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23일 밤 ‘트로이카’ 채권단에 ‘탈세 및 부패 방지’를 골자로 하는 개혁 정책안을 제출했다. 개혁안에는 무보험 실업자 층에 주거ㆍ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빈곤층에 8억유로(약 1조원)를 들여 무료 전기 및 무상급식을 하는 등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총선 복지공약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공무원 조직 축소, 누진세 강화 등의 재정개혁 관련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그리스 집권당 강경파들이 “총선 공약인 채무탕감과 긴축 재정 반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 개혁안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원로 정치인 마놀리스 그레조스(92) 유럽의회 의원은 “정부가 국제 채권단인 ‘트로이카’를 ‘기관’으로, 채권자들을 ‘파트너’로 변경해 부르는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니라 이름만 바꾸고 있다”며 “이 정도로는 이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피아 사코라파 의원 역시 “시리자는 정치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현행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가브릴 사케라리디스 정부 대변인은 “그레조스 의원의 이번 발언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정부가 마법 지팡이를 가진 게 아닌 만큼 모든 것을 단시일 내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외무차관 역시 “정부가 채무 탕감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버린 건 아니다”라며 “부채 탕감에 대한 협상은 구제금융이 연장되고 난 이후에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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