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는 우리가 얽매이는 일… 비료 지원으로 관계 개선 나서야"
의원들 조건 없는 대화도 주문
“통일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 따라 북한 사람이 사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은 24일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위(이하 남북관계특위) 주최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미동포 출신의 김 총장은 남북한을 자유로이 오가며 남북 교류 협력에 힘 쓰고 있다.
김 총장이 창립 단계부터 참여한 평양과학기술대는 2009년 남북 간 처음 공동으로 설립한 북한 유일의 특수대학으로 지난해 1기 졸업생 44명을 배출했다. 북한은 김 총장의 공로를 인정해 2011년 평양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당시 북한 내부에서도 “엘리트 대거 양성이 체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신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김 총장은 회고했다.
스스로를 “서울과 평양을 넘나들며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통일된 사람”이라고 소개한 김 총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남북 협력과 관련된 인적 물적 교류를 전면 금지한 5ㆍ24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 스스로 얽매이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평양과학기술대는 한국 교수 파견 및 의과대학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북 제재 조치에 가로막혀 교류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특히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 지역의 산림 황폐화 문제를 언급하며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장은 우리 정부가 비료 지원 등을 물꼬로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현금 지원에 대해서는 핵 개발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총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엔 탈북자가 많이 생겼는데 이명박정부 이후 탈북자가 거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비료 지원 당시) 쌀밥을 먹은 북한 병사들 사이에선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 존경심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총장은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남북국회회담 등을 성사시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총장은 “북한에서도 남측 의원들에 대한 비판은 안 하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넨 뒤 “어떤 (정부) 대표단 보다 의원들이 가서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면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남북관계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김 총장이 남북 교류 협력에 메신저로 나서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남북관계 특위 위원장인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을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남북한 실질적 교류 협력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도 “남북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데 김 총장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서로의 입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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