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의 여러 물굽이 중 아름답기로 소문나면서도 물살만큼은 용마(龍馬)처럼 사나운 곳이 경기 여주 신륵사 부근이다. 마치 독일 라인강의 뱃사람들을 아름다운 노래로 현혹해 죽음으로 몰고 간 로렐라이 언덕을 연상시킨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떼꾼과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실은 황포돛배 뱃사공이 죽을 힘을 다해 배를 몰았던 지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처님을 찾는 순간, 그들 눈에 비친 것은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자그마한 삼층석탑이었다. 목숨과 재산을 건진 이들에게 석탑은 수호신에 다름없었으리라.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한 신륵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가에 위치하고 있다. 석탑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부서져 탑의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사방에 팔당댐과 충주댐, 강천보와 여주보까지 더해 물길도 막혀 더 이상 소금장수와 떼꾼들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없다. 거친 물살보다 더 빨리 변해버린 남한강의 역사를 신륵사 삼층석탑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주=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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