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회원 2만명 끌어 모아
수시로 사이트 이름 바꾸고 해킹 피하려 보안 솔루션까지
판돈 9,000억원대의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100억원의 이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고향 친구들인 소모(31)씨와 신모(32)씨, 이모(32)씨는 2013년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먼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프로그래머들을 끌어들였다. 김모(55)씨 등 프로그래머 2명은 월급 250만~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포커’ ‘맞고’ 등 도박 게임이 가능한 인터넷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여기에 웹 디자이너 이모(29)씨까지 가세하자 그럴듯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완성됐다.
이미 도박장소 개설 전과가 있었던 총괄 운영자 소씨는 인터넷과 지인들을 통해 모집한 인력을 동원해 전국 200여개의 성인PC방을 거점으로 도박 사이트를 홍보했다. 성인PC방에 온 손님들에게 도박 사이트 회원ID가 적힌 쿠폰을 1만원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회원을 늘렸다. 이런 식으로 도박 사이트는 본사, 미니본사(7개), 대본사(58개), 부본사, 총판, 게임방으로 이어지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소씨 일당은 바로 위 조직이 아래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이트 이름을 ‘지니게임’ ‘써니게임’ ‘한판게임’등으로 수시로 변경하고 대포계좌와 대포폰을 사용했다. 또 경쟁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해킹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보안업체 운영자 김모(44)씨 등 2명을 고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들은 경쟁업체에 대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해 자신들의 사이트에 도박꾼을 모으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운영자들은 보안업체의 방어 솔루션을 자주 이용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소씨 일당은 이런 식으로 2013년 4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회원 2만여명을 확보해 약 1,10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5%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4일 도박장소 개설 혐의 등으로 신씨와 이씨, 보안업체 운영자 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달아난 소씨를 쫓는 한편 이들이 챙긴 범죄 수익금을 추적,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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