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9%니켈강 상용화 이어 석유·가스 저장시설에 사용되는
에너지강재 60여종 추가 개발 계획… 2020년까지 세계 시장 10% 목표
印·中에 자동차 강판 공장 준공, 쌍용 '티볼리' 개발 단계부터 협력
제철소에서 나오는 철강은 겉보기에 비슷한 쇳덩이여도 모두 같은 철강이 아니다. 어떤 재료를 섞어서 어떤 가공을 거쳤느냐에 따라 철강의 값어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최근 철강들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범람으로 공급 과잉이 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이 영하 수십 도에서도 견디는 고품질, 고기능의 가격이 비싼 첨단 철강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9% 니켈강’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저장탱크 바닥과 내벽재에 주로 사용되는 최고급 철강제품이다. 영하 162도에 이르는 액화가스와 접촉하기 때문에 기존의 철강제품은 혹독한 조건을 견딜 수 없다. 1994년부터 이 제품에 관심을 보였던 포스코는 두께가 얇은 철판제작까지 상용화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 모든 크기의 9% 니켈강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첨단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제품생산은 에너지강재와 자동차강판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에너지강재는 석유와 가스의 개발, 생산, 수송, 저장시설에 사용되기 때문에 극지와 심해, 산악지대 등 혹독한 자연환경에 견뎌야 한다. 그 만큼 강재에 요구되는 품질 수준이 매우 높아 전사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없이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없다.
포스코가 개발해 국내 주요 조선사에 공급하고 있는 EH40 및 EH47 강재 역시 영하 40도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영하 60도의 극저온용 액화석유가스(LPG)선 제작에 사용되는 FH32 및 FH36 강재도 국내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강재 시장은 철강경기 불황 속에서도 2012년 3,100만톤에서 2020년 5,100만톤으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장은 그 동안 일본과 유럽의 소수업체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포스코의 추격으로 양강 구도가 깨지고 있다.
포스코는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하는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에 에너지강재용 후판을 세계 최초로 일괄 공급한 데 이어, 세계적 석유화학기업 로얄 더치 쉘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설비에 필요한 후판도 전량 공급했다. 포스코는 향후 60여종의 에너지강재를 추가 개발해 2020년까지 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는 자동차강판 사업은 포스코를 비롯한 전세계 일류 철강회사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2일 인도 빌레바가드 산업단지에 글로벌 자동차회사와 인도 현지 업체에 고급 자동차용 소재를 공급할 냉연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 광둥성에도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광양제철소의 4열연 신설사업도 마무리해 세계 톱15 자동차회사에 맞춤형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가 이처럼 자동차강판 사업에 대대적 투자에 나선 이유는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가볍고 강한 차량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차종으로 부상한 쌍용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에도 포스코가 차량개발 초기부터 쌍용차와 협의해 선택한 강재가 차체에 적용됐다.
현재 광양 4열연공장은 두께 1.2~22㎜, 폭 700~1950㎜까지 구입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해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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