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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10000장 뿌려야 당선된다는 조합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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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10000장 뿌려야 당선된다는 조합장 선거

입력
2015.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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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4락' 신조어까지 등장… 내 편은 10만원, 부동층 30만원

후보자 본인 외 선거운동 금지 등 "현직에 유리한 제도 탓" 지적

3월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준법·정책 OK, 허위·비방·흑색너 NO'라는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월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준법·정책 OK, 허위·비방·흑색너 NO'라는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5당4락(五當四落)이란 말을 아세요?”

23일 오후 전남 목포 시내에서 만난 농협조합장 선거 출마예정자 A씨는 “선거준비는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뜸 이 같이 말했다. “무슨 소리냐”고 되묻자 “조합장 선거에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뜻인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는 3월 11일 실시되는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24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막이 올랐다. 그러나 전국 1,326개 농협과 수협, 산림 조합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벌써 탈법과 불법의 돈 선거로 얼룩져 있다. 표밭마다 돈으로 유권자인 조합원을 사고 파는 ‘돈봉투 선거’의 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동네 강아지들도 돈봉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관련기사 2면

요즘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선 농협 조합장 출마예정자들(7명)과 조합원들 사이에 돈봉투를 놓고 이상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어떤 조합원이 누굴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후보자들이 그에게는 돈봉투를 돌리지 않는 게 선거 판의 불문율”이라며 “그래서 상당수 조합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봉투를 받아 챙기려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은 5년 전 조합장 선거 때 조합원 전원이 후보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돈 선거 파문을 일으킨 곳이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섬을 ‘금품살포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수무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돈봉투가 뿌려지고 있다는 심증은 확실하지만 제보나 뚜렷한 물증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근 팔금도와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등도 사정이 비슷했다. 한 주민은 “조합장 후보들이 브로커를 내세워 조합원 성향을 파악한 뒤 돈봉투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실제로 자기편은 10만원, 부부조합원은 50만원, 표심이 유동적인 조합원은 20만~30만원씩으로 돈봉투의 ‘공정가격’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에선 조합원들에게 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알게 된 지인에게 “선거운동을 같이 하자”며 입막음 명목으로 500만원을 건넨 농협조합장 출마예정자 B(61)씨가 검찰에 고발됐다. B씨의 금품 살포를 신고한 제보자 조합원에게는 1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돈을 받은 조합원들의 자수행렬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돈을 준 사람뿐 아니라 돈을 받은 조합원도 최고 50배의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칠곡에선 농협조합장 출마예정자 C씨가 “선거운동을 도와주면 조합장에 재임하는 동안 매달 100만원씩 주겠다”는 각서를 지인에게 써줬다가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조합장 출마예정자들의 돈봉투 살포 대상에는 피아 구분도 없어졌다. 경남 고성에서는 기초의원 출신의 조합장 출마예정자가 현 조합장에게 선거 출마포기를 대가로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선거 단속을 해야 할 선관위 직원이 되레 출마 예정자들의 등을 쳐 돈을 챙기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충남 천안시에선 2013~14년 조합장 선거 출마예정자 등 10명으로부터 단속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1,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윤모(54) 전 선관위 직원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공명선거란 취지 아래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가 돈의 유혹에 빠진 데는 현실에 맞지 않는 선거제도가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후보자 활동을 최대한 줄여 깨끗한 선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상황을 제공, 다른 경쟁자들은 돈 봉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지역 농협 조합장 출마예정자는 “현직 조합장과 경쟁하는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길은 돈(선물)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선관위 관계자는“부정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조합원 다수가 고령인 탓에 죄의식도 낮아 부정선거 단속이 겉도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선거 뒤에는 돈을 받은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 폭탄이 지역 전체 문제로 비화하는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경찰은 설 명절에 68명을 비롯 현재까지 조합장 선거사범 412명을 검거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ㆍ전국종합

대전지검 논산지청이 최근 조합원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로 충남 논산시 노성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김모(55·여)씨를 구속한 가운데 한 주민이 '금품을 받은 조합원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검 논산지청이 최근 조합원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로 충남 논산시 노성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김모(55·여)씨를 구속한 가운데 한 주민이 '금품을 받은 조합원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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