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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김영란법 허점… 법사위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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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김영란법 허점… 법사위 논란 가열

입력
2015.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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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참석한 전문가들 "공직자가 가족 금품수수 몰라

신고 안 했다 발뺌 땐 처벌조항 없어" "부정청탁 유형 15개 한정도 문제"

이상민(오른쪽) 국회 법사위원장이 23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아 '김영란법' 처리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이상민(오른쪽) 국회 법사위원장이 23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아 '김영란법' 처리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 과정에서 난타당했다. 그 동안 정치권에선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법 적용 대상 확대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으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 자체의 허점과 공백까지 드러났다.

법 적용의 실효성 및 모호한 조항 도마에

공청회에서는 공직자 가족의 금품 수수를 공직자 자신이 신고해야 하는 법 조항의 충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가족의 뇌물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죄를 범할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151조 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법의 충돌을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해결한다 하더라도, 공직자가 “(가족의) 비리를 몰라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면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공청회에 참석한 법률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법 적용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범위가 폭넓은 상황에서 가족이 직접 공직자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비리 사실을 알기 어렵다”며 “(듣지 못했다거나 전혀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가족 금품수수에 대한 법 적용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현행 뇌물죄 재판에서도 돈을 받은 당사자의 인지 유무를 밝히는 게 가장 어렵다”며 “본인도 그런데 가족의 수수 여부를 알았는지 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수사와 재판의 장기화만 불러올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개로 한정한 것 또한 자칫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유형을 인허가, 감사·단속, 처벌 감경 등 15개 유형으로 구체화했지만, 유형에 들지 않는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 방법은 언급이 없다. 김주영 명지대 법대 교수는 “15개로 특정된 부정청탁 외에 다른 청탁은 해도 된다는 것인지, 국민들로선 법만 보고 알기 어렵다”며 “열거된 것 외에는 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돼 오히려 법 시행 후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을 경우’라는 모호한 조항으로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신고된 부정청탁 사건에 대해 기관장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예외로 규정할 경우, 추가로 공직자 처벌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예외사유 판단 이유에 교묘하게 ‘사회 상규’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제시해 법의 모순점을 가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며 “법적 혼란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위장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법리적 문제 해결 않는다면 혼란

이에 따라 자칫 법리적 문제를 안고 김영란법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여야 법사위원들은 전문가들의 법률적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동의로만 일관했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당론이 확정되지 않아 여야 모두 김영란법을 빨리 넘길지 여기서 전면적으로 뜯어 고칠지 그 방법과 수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법리적 문제를 알지만, 각자 문제로 삼는 부분도 다 달라 법사위 차원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여야 지도부도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강조하는 모양새여서 졸속처리 우려는 점증하고 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법사위 차원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면서 “양당 원내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역시 법률적 완결성보다 정치적 타협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법사위가 법률적 형식주의에 빠지지 않게 조정해달라”며 “남은 쟁점은 지도부가 의논하겠다”고 화답했다.

여야의 입장 차이에다 정무위와 법사위 간 이견 등 갈등이 중첩된 가운데 여당이 정무위안 반대입장을 공론화함에 따라 이번 회기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공청회 직후 “언론인과 사립교원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된 현 정무위안을 회기 중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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