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외곽 흥해에 정류장부지
따로 지정돼 도시개발 진행 중
바로 옆에 대형 쇼핑몰 영업
상습체증 구역...교통지옥 불보듯
경북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이 도시계획상 지정된 KTX 포항 신역사 인근으로 이전하는 대신 현 위치에 대형 복합쇼핑몰 개발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도심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KTX 직결선 개통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 논란이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운영업체인 포항터미널㈜은 최근 상도동 현 부지에 터미널을 비롯해 영화관, 쇼핑센터, 호텔까지 갖춘 복합터미널을 신축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조만간 포항시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터미널에 구내식당이나 매점이 아닌 대형 쇼핑몰이 입점하려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포항터미널은 앞서 2013년에도 복합터미널 조성을 추진했으나 흥해읍 지역을 포항의 교통관문으로 하려는 포항시의 반대에 부딪쳐 유보한 적이 있다.
터미널 측은 상도동 579의12 일대 2만27㎡에 고속버스와 시내외버스 터미널, 백화점, 아울렛, 영화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쇼핑몰로 재개발해 포항지역 교통과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는 흥해읍 KTX 인근 지역 터미널 용도 부지가 그 동안 땅값이 급등해 채산성이 없는데다 현재 부지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울렛 매장 등을 입점하려는 롯데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가장 큰 문제는 교통난이다. 길 건너에 홈플러스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입점한 포항 최대(지하 4층 지상 8층 연면적 7만2,067㎡) 복합쇼핑센터가 이미 영업 중이다. 지금도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상습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이 일대가 교통지옥이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포항시의 물류 관련 도시계획도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시는 2001년 9월 흥해읍 성곡리 일대에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각각 결정 고시했다. 내달 말 개통 예정인 KTX포항 직결노선과 연계해 복합환승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터미널 이전 무산에 따라 흥해읍 일대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시는 성곡리 일대에 터미널 이전을 전제로 20만7,000여㎡의 도시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종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도심 인구 감소로 공동화 현상마저 생긴데다 정부 차원에서 복합터미널 건설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과 별개로 도심 복합터미널 조성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포항시외버스터미널 하루 평균 발권자 수는 8,200여명으로 전국 시외버스터미널 중 3위이지만 이 정도로는 터미널 운영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X가 개통하면 포항-신경주, 포항-대구 등 이용자가 급감, 전체 승객수가 40%이상 줄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비가 1,000억원 이상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사회에서는 “포항터미널 대표가 시장에 당선된 동문선배를 믿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터미널 관계자는 “성곡리 이전을 검토했지만 이는 인구 70만을 대비한 것으로 이전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 시점에서 복합터미널 신축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으며, 순수하게 시민 편의와 사업성에 따라 추진 중인 것이지 학연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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