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 역할로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은 영국배우 레드메인
“아카데미상을 받으면 수명이 5년은 늘어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군요. 제 남편이 연하거든요.”
줄리앤 무어(55)의 눈은 젖어있었다. 언론은 제87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무어를 일찌감치 점 찍었으나 당사자는 노심초사한 듯했다. 22일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무어는 폭죽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어는 아카데미상 단골 후보다. ‘엔드 오브 어페어’(1999)와 ‘파 프롬 헤븐’(2002)으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부기 나이트’(1997)와 ‘디 아워스’(2002)로 조연상 후보가 됐다. 포르노 배우(‘부기 나이트’)부터 동성애 남편을 둔 비련의 중년여인(‘파 프롬 헤븐’)까지 다채로운 역할을 거뜬히 해내며 박수를 받았으나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교수 앨리스를 연기하며 아카데미 5수 끝에 수상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20대에 무대에서 활동했던 무어는 서른 직전까지 무명이었다. 1999년 ‘쥬라기공원2’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대작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가로지르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했으나 ‘연기 여제’로 통했다. 2004년 ‘파 프롬 헤븐’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지난해 ‘맵스 투 더 스타즈’로 칸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각각 받았다. AFP통신은 “아카데미상 수상은 (그녀의) 왕관에 보석과도 같은 것”이라며 그의 뒤늦은 수상을 축하했다.
영국배우 에디 레드메인(33)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무어와 대조적이다. 처음 주연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의 모습을 연기했다. 루게릭병에 점차 침몰하는 몸을 안고서 사랑에 번민하고 연구에 매진하는 호킹 박사의 삶을 스크린에 온전히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10㎏을 감량하며 연기한 레드메인은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다. 레드메인은 “이 상은 루게릭병과 싸우는 모든 이들의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조연상 부문에서는 ‘위플래쉬’에서 괴팍한 음대 교수를 연기한 J K 시몬스가 남우조연상을, ‘보이후드’에서 세 차례의 이혼을 겪으면서도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을 연기한 퍼트리샤 아켓이 여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버드맨’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지난해 ‘그래비티’에 이어 촬영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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