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 트러스트 오픈 3차 연장전 끝… 14번 홀서 버디 잡아 대망의 정상
한국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 이민… 부동산 중개인·신발가게 점원 전전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폭스스포츠는 23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재미동포 제임스 한(34)의 우승 소식을 재밌게 전했다. 이 매체는 “제임스 한이 리비에라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이겼다. 그런데 당신은 그를 알고 있는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PGA 무대에서 ‘무명’이었던 제임스 한이 자신의 이름을 세계 골프팬들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세계랭킹 297위 제임스 한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 클럽(파71ㆍ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 트러스트 오픈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적어냈다. 폴 케이시(38ㆍ잉글랜드), 더스틴 존슨(31ㆍ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간 제임스 한은 3차 연장인 1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존슨을 따돌렸다.
2003년 프로로 전향한 뒤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그는 12년 동안 눈물 젖는 빵을 먹은 끝에 PGA 투어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3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것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우승 상금은 120만6,000달러(13억4,000만원). 랭킹도 86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또 4월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2016~17시즌까지 PGA 출전권을 확보했고, 출산을 3주 앞둔 아내에게도 뜻 깊은 선물을 안겼다.
18번홀과 10번홀(이상 파4), 14번홀을 돌며 치러진 연장전에서 케이시가 두 번째 홀에서 먼저 탈락했다. 존슨과 3차 연장에 들어간 제임스 한은 7m62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제임스 한의 기세에 눌린 존슨은 3m66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넣지 못했다.
제임스 한은 우승 직후 “이 기쁨을 표현할 수가 없다. 내 꿈이 이뤄졌다”면서 “많은 분들이 내 이름을 알지 못할 것이다. 2년 전 피닉스 오픈에서 가수 싸이의 노래‘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을 춘 선수로만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선수들은 나를 존 허(25ㆍ재미동포)로 부른 적도 있다. 선수들도 나를 모르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 한은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에 이민 간 재미동포다. 한국명은 한재웅.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그는 2003년 대학 졸업 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 골퍼 생활을 경험했다. 하지만 통장 잔고를 다 써 버리는 바람에 프로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3년간 극히 소수의 프로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제임스 한은 프로 골퍼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동산 회사 중개인을 거쳐 광고회사에서 일했고, 신발가게 점원으로도 돈을 모았다.
그는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2008∼09년 캐나다 투어(2승)로 무대를 옮겼다. 캐나다 투어 당시 제임스 한은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묵던 호텔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캐디피가 없어서 돈을 빌려 출전한 적도 있다.
제임스 한은 2009년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미국 PGA 2부 투어인 내셔널 와이드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2012년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렉스 호스피털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2010년에는 오클랜드 어린이 병원 로고를 달고 활동하며 버디를 잡을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선행도 펼쳤다. 그리고 이날 65번째로 참가한 PGA 무대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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