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어촌편'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
"요리하는 새 남성상 어필"
깍두기와 겉절이를 손수 담그는 모습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강원도 정선편’에서 이서진과 옥택연도 김치를 담그던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해안가 돌에 달라 붙은 파래를 긁어 김을 만들고, 시래기로 맛을 낸 매운탕도 모자라 자신만의 특제 양념장을 이용해 홍합짬뽕과 해물찜을 내놓고는, 세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치는 식빵까지 만들어내는 손길에 충격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차승원표’ 밥상은 그렇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한 tvN ‘삼시세끼-어촌편’이 케이블 방송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식빵과 귤 마멀레이드를 만든 20일 방송은 14.2%(이하 닐슨미디어)의 시청률을 기록해 그간 최고시청률이었던 tvN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회 시청률(11.9%)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 핵심은 단연 차승원의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이다. 남자가, 그것도 바깥 일로 바쁠 것 같은 40대 가장이자 톱스타인 그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에 대해 방송 전까지만 해도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라는 반응이 많았다. 나영석 PD조차 “이렇게 훌륭하게 요리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요리를 잘해도 너무 잘한다. 아무 재료나 갖다 놔도 어떤 요리를 할지 금방 결정하고 엄마들이 그러는 것처럼 ‘뚝딱’ 한 상을 차린다. 평소 아이들에게 쿠키나 빵을 만들어주는 주부 박미영(34)씨는 “강력분을 찾아 오랫동안 치댄 반죽을 동그랗게 말아 발효시키는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며 “제빵을 배우지 않거나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는 포스”라고 말했다. 도대체 차승원이 언제 어디서 요리를 배운 거냐는 궁금증이 치솟고 있다. 차승원의 한 측근은 “차승원은 해외로 영화나 화보 촬영 등 출장을 가면 손수 밥을 지어 스태프들에게 대접하곤 한다”라며 상당한 요리 실력자임을 밝혔다.
결국 ‘삼시세끼’의 인기 비결은 ‘먹방’이다. 일상 생활에 카메라를 들이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선보이는 먹방과 본질적으로 같으나 격이 다르다. SBS ‘정글의 법칙’이나 KBS ‘해피선데이-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서 보여진 먹방이 많이 또는 힘겹게, 그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차승원은 그런 먹방을 ‘쿡방’(쿠킹+방송)으로 끌어올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남자 연예인의 쿡방이라는 게 주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삼시세끼’는 단순 ‘먹방’이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쿡방”이라며 “남자인 차승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요리를 해내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가 주제이지만 요리 프로그램처럼 계량하거나 셰프의 비법을 과시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양념을 넣고 훌륭한 요리를 내는 모습은 친근감을 자극하는 한편 새로운 남성상으로 어필한다. 정덕현씨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김치를 담그는 등 차승원의 모습이 진짜 주부들과 닮아 현실감 있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씨는 “‘삼시세끼’는 새로운 시대의 코드를 제시한 프로그램”이라고 평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없으면 밥 한끼 못 해먹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면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여자는 밥하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남자는 돈만 벌어오는 시대는 지났다”며 “사회적으로 남녀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요리하는 남자 차승원의 등장은 새로운 가족 형태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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