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2월 임시국회(3월3일 폐회) 통과 전망이 여전히 흐릿하다. 이 법안과 함께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다짐한 민생ㆍ경제활성화 법안 일부에 대한 여야 이견의 불똥이 김영란법에 튈 수 있는데다, 법안의 핵심 내용에 대한 찬반론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기가 열흘도 안 남은 상태에서 어제 열린 국회 법사위 공청회도 동전의 양면이다. 본격적 법안 심사의 신호탄이자, 거꾸로 심의 지연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적 관심을 감안하더라도 소관 상임위에 이어 법사위가 따로 공청회를 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우선은 정무위가 법안의 핵심인 ▲부정청탁 금지 ▲금품 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 가운데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다듬지 않은 채 법사위로 넘긴 당연한 결과로서 이해된다. 다만 이번 기회에 자구ㆍ체계 수정이라는 고유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법안 손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법사위의 의욕이 반영된 것으로도 이해된다.
그러데 여전히 법안의 구체적 규정을 둘러싼 논란을 이어가려는 태도는 적잖은 의문을 낳는다.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때, 아니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로만 따져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열띤 논란이 이어졌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어느 쪽의 주장이 논리로나 현실 적합성에서 더 타당한가를 가리는 지혜가 아니라, 드러난 결점을 무릅쓰더라도 선택을 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다.
논란의 최대 핵심은 애초에 입법ㆍ사법ㆍ행정부 소속 공무원과 정부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교직원에 한정됐던 규율 대상을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유치원 포함)으로의 확대 여부다. 형법상 뇌물죄가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견주어 민간인으로 확대해 그 가족을 포함하면 1,000만 명 이상을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이 끊이지 않았다. 또 그런 범위 확대는 애초의 법안 취지와도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직자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 입증 요건을 채우지 못해 좌절하곤 했던 법 현실의 반성,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일정 액수 이상의 금품(편익 포함) 수수를 막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근본취지였다.
그러나 이제 와 같은 논란을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 다수가 조속한 법안 처리를 바라고 있는 데다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녹취록 공개’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논리적 진지함보다는 정치적 의도나 이기심에 국민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문을 지우고 법안의 원래 취지를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서는 자구와 체계를 다듬는 수준에서 정무위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는 것만이 현실적 방책이다. 일부에서 권력의 언론 탄압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일부 제도적 방지 장치만 더하면 얼마든지 기우로 돌릴 만하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는 1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이를 근거로 법 개정에 나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여야의 진솔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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