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직 외무장관 두 명이 외국 기업에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장면이 함정취재에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전직 외무장관인 존 스트로와 말콤 리프킨드가 중국 회사의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는 대가로 하루에 최소 5,000파운드(약 85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TV 채널4의 인기 고발프로 ‘디스패치’와 텔레그래프 취재진의 공동 함정취재 결과 밝혀진 것으로 기자들은 유령 중국회사를 내세우고 홍보대행사 관계자로 가장해 두 사람과 면담했다.
텔레그래프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는 스트로 전 장관이 “내가 연설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면 하루에 5,000파운드를 줘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영상에서 “나는 자영업자”라며 “사람들이 나에게 월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수입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프킨드 역시 하루에 5,000~8,000파운드(약 850만~1,360만원)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자랑을 늘어놓았다.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노동당 하원의 원로의원으로 대접받는 스트로 전 장관은 자신에게 매년 6만파운드(약1억원)를 지급하는 원자재 회사를 위해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 유럽연합(EU)의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스트로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매력과 위협’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떠벌렸다.
현재 하원 정보보안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리프킨드 전 장관은 전세계 모든 영국 대사에 대해 ‘유용한 접근로’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리프킨드와 스토어 전 장관이 지난해 의회 외부 활동으로 각각 6만9,610파운드(1억 1,800만원)와 11만 2,777파운드(1억 9,2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로비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규정강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영국 의원들이 외부활동에서만 740만파운드(126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 사람은 모두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며 발언과 관련해 의회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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