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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오스카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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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오스카를 품다

입력
2015.02.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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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안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왼쪽부터) 감독.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제87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안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왼쪽부터) 감독.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남녀주연상을 각각 받은 줄리앤 무어, 에디 레드메인(아래 사진)이 22일 수상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남녀주연상을 각각 받은 줄리앤 무어, 에디 레드메인(아래 사진)이 22일 수상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최우수감독상 트로피를 받아 든 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솔직히 말해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희열에 들떴다. 최우수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쥔 뒤에는 뼈 있는 농담을 던져 객석을 웃겼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요. 영어 잘하는 사람이 나와서 말해야 할 듯합니다(웃음).”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7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주인공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1) 감독은 멕시코 출신이 휩쓴 아카데미의 현실을 그렇게 드러냈다.

‘멕시코영화’가 아카데미 무대를 점령했다. 멕시코 출신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영화의 자리에 올랐다. 멕시코 출신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이냐리투가 최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감독상 수상자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감독도 멕시코 출신이다. ‘노예 12년’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빼앗긴 쿠아론 감독의 한을 1년 만에 이냐리투가 풀어준 셈이다. 이냐리투의 아카데미 수상은 세계화한 멕시코영화의 저력을 상징한다.

‘버드맨’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영화다. 미국영화사 폭스서치라이트가 돈을 대고 미국 배우 마이클 키튼, 엠마 스톤, 에드워드 노튼 등이 출연했다.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였다가 영락한 중년 배우 톰슨(마이클 키튼)이 중심인물이다. 꿈과 희망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톰슨이 겪는 환각과 현실의 고통을 영화는 그려낸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나고 자라고 수학한 이냐리투의 정서가 속속들이 배인 작품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대학시절부터 10년가량 라디오방송 DJ로 일하다 텔레비전 광고 감독을 거쳐 영화계에 입문했다.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2000)부터 재능을 발휘했다.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갈채를 받았다. ‘21그램’(2003)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바벨’(2006)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비우티풀’(2010)로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안겼다.

이냐리투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된 멕시코영화 세계화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영화산업은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멕시코 시장이 개방되며 빈사 상태에 몰렸으나 대신 인력과 자본이 할리우드를 자유롭게 오가게 됐다. 쿠아론 감독이 ‘할리우드 침투’의 첨병이었다. ‘위대한 유산’(1999)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등을 할리우드에서 만들며 세계로 도약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블레이드2’(2002)와 ‘헬보이’(2004) ‘퍼시픽림’(2013) 등을 만들며 멕시코 영화인의 재능을 알렸다. 델 토로와 쿠아론 감독도 멕시코에서 나고 자라고 멕시코에서 영화이력을 시작했다.

‘쓰리아미고스’(세 친구라는 뜻)로 불리는 델 토로와 쿠아론, 이냐리투는 2009년 영화사 ‘차차차’를 공동설립해 서로의 영화를 기획하거나 제작하고 있다. 멕시코 출신 3인방이 밀어주고 당겨주며 미국과 세계 영화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3인방은 2007년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델 토로)와 ‘바벨’(이냐리투), ‘칠드런 오브 맨’(쿠아론)으로 아카데미 1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멕시코 바람을 예고했다. 박진형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예술영화 영역에서만 봐도 멕시코영화의 저변은 상당히 넓다”며 “3인방이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멕시코영화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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