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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가수 서유석 "치유와 소통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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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가수 서유석 "치유와 소통 노래하고 싶다"

입력
2015.02.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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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너 늙어봤냐…' 신곡 발표

“본업 컴백, 앨범 내고 공연도 해야죠”

서유석은 “내 노래가 노년층에겐 치유, 젊은층에겐 소통의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학과3년)
서유석은 “내 노래가 노년층에겐 치유, 젊은층에겐 소통의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학과3년)

‘이 세상에 태어나서 / 아비 되고 할배 되는 / 아름다운 시절들 / 너무나 너무나 / 소중했던 시간들 / 너 늙어 봤냐 / 나는 젊어 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 나는 새 출발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한 곡이 요즘 장년층 사이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대모사 초심자의 단골 레퍼토리 정도로 꼽히던 가수 서유석(70)이 25년만에 발표한 신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강의를 다니다 10분 만에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신곡 발표는 1990년 11집 ‘홀로 아리랑’ 이후 사반세기만이다. 5, 6년 전 써놓고 강의나 교회 집회 때에만 부르다 뒤늦게 공식 발표하게 됐다. “라디오 DJ 할 땐 바빠서 못했죠. 가요계가 댄스음악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때를 기다린 것도 있어요. 조만간 윤향기 선배에게 받은 신곡에 예전 제 노래들을 다시 녹음한 곡들을 더해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1970년대 ‘가는 세월’을 크게 히트시킨 서유석은 ‘세시봉’ 가수들,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가수들과 거의 동시대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핸드볼 청소년대표였던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성균관대 체육학과 재학 시절 선도부처럼 교문을 지키고 있는데 웬 놈이 기타를 들고 오기에 뺏어다가 보관하고 있었어요. 나보다 다섯 살 위인 복학생인 걸 알고 무릎 꿇었죠.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그 형이 클래식기타 강사여서 석달간 클래식기타를 배웠어요.”

유도 9단인 교장 선생님 아버지에 음대 피아노과 출신인 어머니를 둔 그는 스포츠와 음악에 능했다. 졸업 후 핸드볼팀에 들어갔으나 음악다방을 다니다 알게 된 유명 작사가 지명길씨에게 재능을 인정 받아 1969년 패티김, 김부자 등 인기 여가수들과 함께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게 됐다. 이듬해 데뷔 앨범을 낸 이래 사회성 짙은 노래로 1970년대에만 8장의 앨범을 내며 한대수, 김민기와 함께 대표적인 저항 가수로 꼽혔다.

그는 가수보다 라디오 DJ로 더 유명하다. 1973년 시작해 2007년까지 34년간 마이크를 잡았다. 거침 없는 발언으로 방송에서 퇴출된 적도 있다. 유신 시절 베트남전을 비판했다가 방송 중 경찰에 쫓겨 대전으로 도망갔다. 하필 그날은 미 국무장관이 파병 압력을 위해 내한한 첫째 날이었다. 박두진의 시에 곡을 붙인 ‘하늘’은 당시 대전 유성 벌판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작곡한 노래다. “아내와 사소한 언쟁을 한다거나 마음이 안 좋을 때 혼자 그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풀려요. 그래서 ‘나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대마초 파동으로 가수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가자 TV 쇼 프로그램 무대에 세울 가수가 필요해진 정부는 유배 생활을 하던 그를 방송으로 복귀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1977년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시작해 총선 출마로 그만둘 때까지 18년간 쉼 없이 진행했다(김대중 전 대통령 집안과 사돈 사이인 그는 199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교통방송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가수가 아닌 교통 전문가가 됐다. “방송 하면서 기억 나는 일들이 많아요. 길 잃은 아이와 치매노인을 찾아주기도 하고 20억원 수표를 찾아주기도 했죠. 운송업체 회사와 노조 사이를 중재한 일도 있었고요.”

서유석은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력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그는 1주일에 사흘씩 헬스클럽을 가고 테니스도 매주 거르지 않는다. “본업으로 돌아왔으니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해야죠. 목소리는 체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복식호흡에 두성까지 제 목소리는 마흔이 넘어서 더 좋아졌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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