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너 늙어봤냐…' 신곡 발표
“본업 컴백, 앨범 내고 공연도 해야죠”

‘이 세상에 태어나서 / 아비 되고 할배 되는 / 아름다운 시절들 / 너무나 너무나 / 소중했던 시간들 / 너 늙어 봤냐 / 나는 젊어 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 나는 새 출발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한 곡이 요즘 장년층 사이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대모사 초심자의 단골 레퍼토리 정도로 꼽히던 가수 서유석(70)이 25년만에 발표한 신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강의를 다니다 10분 만에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신곡 발표는 1990년 11집 ‘홀로 아리랑’ 이후 사반세기만이다. 5, 6년 전 써놓고 강의나 교회 집회 때에만 부르다 뒤늦게 공식 발표하게 됐다. “라디오 DJ 할 땐 바빠서 못했죠. 가요계가 댄스음악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때를 기다린 것도 있어요. 조만간 윤향기 선배에게 받은 신곡에 예전 제 노래들을 다시 녹음한 곡들을 더해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1970년대 ‘가는 세월’을 크게 히트시킨 서유석은 ‘세시봉’ 가수들,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가수들과 거의 동시대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핸드볼 청소년대표였던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성균관대 체육학과 재학 시절 선도부처럼 교문을 지키고 있는데 웬 놈이 기타를 들고 오기에 뺏어다가 보관하고 있었어요. 나보다 다섯 살 위인 복학생인 걸 알고 무릎 꿇었죠.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그 형이 클래식기타 강사여서 석달간 클래식기타를 배웠어요.”
유도 9단인 교장 선생님 아버지에 음대 피아노과 출신인 어머니를 둔 그는 스포츠와 음악에 능했다. 졸업 후 핸드볼팀에 들어갔으나 음악다방을 다니다 알게 된 유명 작사가 지명길씨에게 재능을 인정 받아 1969년 패티김, 김부자 등 인기 여가수들과 함께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게 됐다. 이듬해 데뷔 앨범을 낸 이래 사회성 짙은 노래로 1970년대에만 8장의 앨범을 내며 한대수, 김민기와 함께 대표적인 저항 가수로 꼽혔다.
그는 가수보다 라디오 DJ로 더 유명하다. 1973년 시작해 2007년까지 34년간 마이크를 잡았다. 거침 없는 발언으로 방송에서 퇴출된 적도 있다. 유신 시절 베트남전을 비판했다가 방송 중 경찰에 쫓겨 대전으로 도망갔다. 하필 그날은 미 국무장관이 파병 압력을 위해 내한한 첫째 날이었다. 박두진의 시에 곡을 붙인 ‘하늘’은 당시 대전 유성 벌판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작곡한 노래다. “아내와 사소한 언쟁을 한다거나 마음이 안 좋을 때 혼자 그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풀려요. 그래서 ‘나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대마초 파동으로 가수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가자 TV 쇼 프로그램 무대에 세울 가수가 필요해진 정부는 유배 생활을 하던 그를 방송으로 복귀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1977년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시작해 총선 출마로 그만둘 때까지 18년간 쉼 없이 진행했다(김대중 전 대통령 집안과 사돈 사이인 그는 199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교통방송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가수가 아닌 교통 전문가가 됐다. “방송 하면서 기억 나는 일들이 많아요. 길 잃은 아이와 치매노인을 찾아주기도 하고 20억원 수표를 찾아주기도 했죠. 운송업체 회사와 노조 사이를 중재한 일도 있었고요.”
서유석은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력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그는 1주일에 사흘씩 헬스클럽을 가고 테니스도 매주 거르지 않는다. “본업으로 돌아왔으니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해야죠. 목소리는 체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복식호흡에 두성까지 제 목소리는 마흔이 넘어서 더 좋아졌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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