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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

입력
2015.02.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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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산업에서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을 시청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론 소비자라고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방송 산업은 공익성과 시장성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해온 분야다. 시청자는 보편적 접근권 등 방송의 공익성을 강조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고, 소비자는 방송 상품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시청자’라는 공익성을 반영한 단어가 ‘소비자’와 함께 여전히 살아 있는 가치로 존재하는 것은 방송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방송시장과 일반 재화시장을 구분 짓는 경계가 된다.

그러나 최근 합산규제를 둘러싼 논쟁을 보자면 ‘시청자와 소비자’로 대표되는 방송 산업의 가치균형을 현실에서 지켜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난해부터 업계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온 ‘합산규제’가 또다시 국회의 심판대에 오른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등을 포함해 모든 유료방송 사업자가 동일하게 33%의 가입자 시장점유율 규제를 받도록 해 공정경쟁으로 유도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누가 봐도 명백한 미디어 규제의 당위성, 공정한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합산규제’가 한 사업자의 반대로 찬반논란 이슈로 둔갑해버렸다.

KT는 IPTV와 함께 현행법상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위성방송도 소유하고 있다. 가입자 점유율도 전체 시장 30%에 다가서며 유료방송 대표사업자로 떠올랐다. 합산규제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위성방송을 소유한 KT는 방송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합산규제에 대해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 침해’이고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맹목적인 시장 논리가 방송 산업에 여과 없이 작용되도록 두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 규제 완화와 신규 서비스 도입을 통해 국내 대형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산업에 진입했지만, 한정된 시장의 파이 나누기가 진행됐을 뿐, 방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육성하는 일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진정으로 유료방송을 발전시키고, 시청자 복지를 증진시키려면 맹목적 시장논리를 경계해야 한다.

2013년 국내 이동통신 시장 매출은 약 51조원, 방송시장 매출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합쳐 약 14조원이다. 단순 비교해도 4배 가까운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다. 방송통신 결합상품 중심의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수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방송이 통신 경쟁에 편입되면서 종속되고 있다.

특히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사가 모바일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결합상품으로 우회적으로 지급하며 ‘수십 만원의 현금’이 오가고, 방송 상품을 공짜로 끼워 파는 행위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상임위원은 결합상품에 대해 ‘나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나마 유료방송의 합산규제가 적용돼야 점유율 3분의 1에 도달하는 수위 사업자들의 이러한 ‘나쁜 경쟁’을 억제시킬 수 있다. 1, 2위 사업자가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규모에 도달한다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성장의 길은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사업자들이 마케팅비 투자를 서비스 질 개선 투자로 전환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을 ‘좋은 경쟁’ 속에서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통신시장에 종속되는 방송시장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쟁을 유도해야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좋고 공정한 경쟁’으로 바꾸는 일, 특정 사업자의 시장논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이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경쟁규제의 기본인 점유율 합산규제 개선으로 그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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