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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이 비운 서울 도심, 유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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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이 비운 서울 도심, 유커 세상

입력
2015.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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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일대 상인들 명절 잊은 영업

롯데백화점 본점 휴점일도 바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고영권 기자youngkoh@hk.co.kr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고영권 기자youngkoh@hk.co.kr

“왜 이제야 나와? 아침부터 중국 사람들이 밀려 드는데.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보행자 거리 입구. 이제 막 좌판을 펴는 상인에게 일찌감치 나와 닭 꼬치구이를 팔고 있던 다른 상인이 농을 던졌다. 이날은 설날 당일이지만 명동길은 여전히 북적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어가 거리를 뒤덮었다는 것. 상품 설명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단체 여행객들을 이끄는 여행사 가이드, 뛰어가며 재잘대는 아이들, 팔짱 끼고 소곤거리는 연인들…. 모두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설 연휴를 맞아 텅 빈 서울 도심을 중국인 관광객 ‘유커(游客)’가 점령했다. 설 연휴 기간(18~22일) 최대 12만6,000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추산대로 서울 주요 거리는 쇼핑과 관광을 즐기려는 유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9일 오전부터 유커를 가득 태운 45인승 대형 버스가 줄지어 서울 세종로와 명동 일대를 메웠고,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명품관 앞 세금 환급 창구에는 중국인 수백명이 길게 늘어서 북새통 그 자체였다.

명동 일대는 ‘환잉니라이팡원밍똥(명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니엔콰일러(新年快樂ㆍ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같은 붉은색 중국어 현수막으로 물들었다. 명동지하상가 신발가게 매니저 안모(45)씨는 “설 연휴 동안 중국인 손님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연휴 기간 문을 연 보람이 있다”고 유커 특수를 반겼다. 중국 구이저우(貴州)에서 온 쩡모(50)씨 부부는 “고가의 화장품 제품만 총 9,000여위안(160만원 상당) 가까이 구매했다”며 “중국인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가 많고 세금도 환급 받을 수 있어 평소에 사고 싶었던 브랜드 화장품을 한꺼번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20일 중국 CCTV가 ‘한국 9대 관광지’로 홍보하는 이화여대에서도 중국인 수백명이 캠퍼스 곳곳을 활보하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관광객 시우 척 유(28)씨는 “한국인들이 명절을 맞아 서울을 빠져나가 주요 관광지 방문에 불편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은 학교 당국의 허락 없이 열람실 안까지 들어가는 등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백화점과 호텔 등 명절 연휴 수요가 급감하는 업종도 유커 덕분에 모처럼 함박 웃음을 지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휴점일까지 바꿨다. 이 백화점은 원래 18ㆍ19일로 예정돼 있던 휴점일을 18ㆍ23일로 바꿨다. 백화점 관계자는 “연휴 기간 일부 점포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연휴 기간 예약률이 지난해 보다 25% 증가한 90%에 달했는데, 중국인 고객이 가장 많았다.

수년째 한국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도 한국 방문이 새로운 춘제(春節) 트렌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선전에서 온 여행 가이드 쩡리에(26)씨는 “춘제를 맞아 일가족이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게 새로운 추세가 됐는데 그 중 여행과 쇼핑을 겸할 수 있는 한국은 중국인들에게 최고 인기 관광지”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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