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입시·취업 가정대소사 후유증에 3분의 2는 여성… 남성 환자도 급증
年 15만명 자율신경기능 등 장애 "뚜렷한 진단없어 건강염려증 우려도"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인 신체형 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1년 중 유독 3월에 급증하고, 전체 환자의 3분의 2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과 자녀 입시, 취업 같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가정 대소사가 2월에 몰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2013년 신체형 장애 환자는 연평균 15만5,574명으로 이중 여성이 10만 3,733명(66.7%)을 차지,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여성 환자는 2014년에도 65.8%를 차지했다. 특히 3월에는 병원을 찾는 이들이 월 평균치의 약 3배인 3만6,6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비교적 환자가 많은 2월에 비해서도 7.9%가 늘어났다. 심평원은 명절 증후군에 이어 자녀의 졸업, 입학 시기까지 겹친 2월에 집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여성들이 3월 들어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찾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은 전체 신체형 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의 80%를 차지하는 40대 가운데서도 60% 이상을 차지했다. 20대 이상 진료인원 중 모든 연령구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집안 일을 챙겨야 하는 며느리 세대에 들어서면 여성 환자 수와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30대에는 여성환자가 6,392명으로 남성의 1.4배였지만 40대가 되면 여성환자가 남성의 1.7배, 50대는 2.1배, 60대는 남성의 2.2배로 높아졌다.
특이한 것은 3월에는 남성 환자도 전월에 비해 7.7%가 증가해 남성들도 가정 스트레스에서 예외가 아닌 것으로 해석됐다.
신체형 장애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환자 중 62%가 자율신경기능장애나 신체화 장애로 진료를 받는다. 본인 의지대로 제어할 수 없는 심혈관 위장 등의 소화불량, 기침,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근ㆍ골격계의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평원은 신체형 장애 환자가 여러 증상과 통증을 호소하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반복되는 검사와 약물 남용 혹은 주위 오해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할 경우 뚜렷한 진단이 나오지 않지만 아프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두병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이 나타날 때는 과도한 검사나 약물 복용보다는 정신과 진단과 처방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형 장애의 전체 진료인원은 2010년 15만 8,412명에 비해 지난해 13만 6,760명으로 13.7%(2만 1,652명)가 줄었고 총 진료비도 같은 기간 226억원에서 206억원으로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풍훈 심평원 주임연구원은 “신체형 장애도 화병의 일종이다 보니 참기만 하던 예전과 비교해 요즘은 참지 않고 스트레스를 충동적으로 터뜨리기도 하면서 오히려 진료 환자가 줄어드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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