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있는 개에게 물렸을 때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 민사상으로는 주인이 피해자에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형사상 책임은 주인의 평소 관리 여부에 따라 판단이 엇갈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6시40분쯤 20대 여성 A씨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로 입구를 지나던 중 한 음식점 앞에 묶여 있던 몸무게 약 15㎏ 크기의 토종견을 만지다가 코를 물렸다. A씨는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지만 코 일부가 손상돼 성형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개는 목줄에 묶인 상태였고 개가 묶인 장소에는 ‘개 조심, 진짜 물어요’라는 경고 문구도 있었다.
경찰은 이 경우 주인의 형사상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식점 주인이 경고 문구를 부착해놓은 점 등을 고려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내사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인과 피해자 간 민사상 배상 논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례는 주인이 있는 동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해당 주인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懈怠)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돼 있다. 즉 주인이 개의 관리를 소홀히 했느냐가 책임 공방의 관건이 된다는 뜻이다.
형사적 책임은 더 엄격하게 묻고 있다. 가령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경우나 개 집 또는 개 울타리 등을 허술하게 관리 또는 방치해 피해를 입힌 경우에 한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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