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외벽 보수공사 시공법
선정 기술감사 결과 축소 왜곡 의혹
최근 광주월드컵경기장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보수공사 입찰 과정에서 건축현장에 사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토목공법을 제안해 특혜 논란을 불렀던 광주시가 시공법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감사 결과 마저 축소ㆍ왜곡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시가 입찰 당시 제안했던 토목공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감사결과보고서 내용까지 입맛에 맞게 작성했다는 것이다.
22일 시 등에 따르면 시 감사실은 이달 초 노출콘크리트 보수 공법 선정과 관련해 “제안(토목)공법으로 보수하는 게 유리하다”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말 공사 발주부서 담당 직원이 “도장(塗裝)방식의 토목공법을 쓰면 경기장 원형이 훼손되고 공사비도 더 든다”며 토목공법을 고집하던 담당 계장과 마찰을 빚은 게 발단이었다.
감사실은 감사결과 보고를 통해 “노출콘크리트 중 외부에 노출된 부분은 구조적으로 강도 약화가 의심돼 정밀안전진단에서 제시된 공법으로 보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보고서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고서가 축소ㆍ왜곡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시가 제안한 토목공법보다 공사비가 3배 가량 싼 불소코팅 방식의 일반 보수공법(4억~5억원)의 기술력 왜곡 여부다. 감사결과 보고서는 일반 공법을 주장하는 담당 직원 의견의 경우 전문가의 검증된 자료가 아니고 공사 관련 업체의 홈페이지와 팜플릿에 게시된 내용으로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노출콘크리트 보수업체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A업체 측은 “우리 회사가 사용하는 공법은 특허까지 받은 것으로 내구성이 15년 이상 되는데 무슨 근거로 검증이 안 됐다는 것이냐”며 “지난해 말 시 관계자가 ‘당신들 공법은 왜 공사비가 싸냐’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물어보던데, 마치 특정공법을 미리 정해 놓고 물어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를 직접 시공했던 B업체 측도 “2002년 준공 당시 노출콘크리트 표면에 일반 발수제만 뿌렸는데 내구성이 13년 됐다면 이미 검증이 된 것 아니냐”며 “더구나 노출콘크리트로 건축된 전국의 월드컵경기장 중 도장 방식의 토목공법으로 보수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감사실의 부실 감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감사실은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관련 업체에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토목공법(4개)의 문제점에 대해선 감사에서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다. 보고서엔 도장 방식의 토목공법이 노출콘크리트가 아닌 교량이나 옹벽 등 노후된 일반 콘크리트 보수보강 때 적용하는 공법인 데다, 경기장 원형 훼손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대한 전문가 및 관련 업체 의견이나 기술검토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일반 불소코팅 공법에 대해서는 ‘불소수지는 시공상태에 따라 내구성이 변경돼 시공한 구조물의 내구연한은 보증할 수 없다’는 등 당연한 말을 부정적 의견으로 표현한 대목이 곳곳에 눈에 띈다. 감사실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요청도 거부했다. 감사실은 “월드컵경기장은 노출콘크리트 질감 유지 보다는 구조물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상황이어서 제안된 토목공법으로 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이에 대해 한 건축사는 “감사실이 안전등급 심사에서 B등급(양호)을 받은 월드컵경기장에 대해 구조안전을 이유로 곧 무너질 것처럼 몰아가며 건물 외관에 비싼 토목공법을 쓰자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반 노출콘크리트 공법도 토목공법처럼 건물 균열 등에 대한 보수보강을 거친 뒤 작업을 하기 때문에 토목공법보다 더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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