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명분 담뱃값 인상과 배치… 도입 검토에 역풍 우려 목소리
새누리당이 ‘저가담배’ 딜레마에 빠졌다. 서민의 불만을 잠재우려 설 연휴 직전 꺼냈다가 불을 붙이지도, 다시 주머니에 넣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저가담배 얘기는 17일 있었던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왔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노인들이 기초연금 20만원 주더니 담뱃값으로 다 뺏어간다고 하더라’는 한 의원의 얘기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예전에는 값이 좀 싼 담배도 있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가시화됐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지역구를 돌아다닐 때마다 담뱃값 인상을 비판하는 여론 때문에 곤혹스러워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설 민심을 전하는 의원들 대부분도 “여당을 나무라는 이유 중 담뱃값 인상이 가장 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저가담배 도입 검토’ 보도가 나온 이후 되레 당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해놓고 여론이 안 좋으니 이제 와서 저가담배 정책을 꺼내면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이명수 의원도 “애초에 담뱃값 인상은 건강정책이었는데 저가담배 도입을 검토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금연정책이 채 자리를 잡지 않은 시기에 정부ㆍ여당이 나서서 거론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 당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것”이라는 비판에 동조하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복지부는 가격인상에 이어 금연구역 확대와 함께 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경고하는 그림의 삽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복지위는 24일 법안소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으로서는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없던 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저가담배 도입을 추진한다면 건강 증진이라는 담뱃값 인상 논리와 어떻게 배치되지 않는지, 도입하지 않기로 한다면 왜 그런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금명간 정리해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또 다른 정책 혼선을 불러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실리도, 담뱃값 인상은 건강정책이라는 명분도 챙기지 못할 처지란 얘기다.
논란이 커지자 유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 불만이 크니 가격을 다양화하면 어떻겠느냐는 차원의 의견이며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논란에 불이 붙은 상황이어서 새누리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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