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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그 핵심은 기술"

입력
2015.02.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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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기술이 가져올

라이프스타일 변화 읽고

새로운 수요 창출하는 시장

누가 먼저 만드느냐에 경쟁력 달려

혁신에 성공한 中 토종기업들

글로벌경제 재편 주도 상황

한국 기업들에 위협이자

565조원 규모 내수시장은 기회

지금으로부터 5년 후인 2020년,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 답은 다가올 5년을 어떻게 맞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제네럴일렉트릭(GE) 듀폰 IBM 등 거대 글로벌 기업과 구글 테슬라 등 혁신기업, 그리고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알리바바 등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향후 5년을 내다보며 가장 고민하는 이슈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적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튼 글로벌 회장은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고민하는 경영 이슈 4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첫째, 지정학적 문제로 중국과 러시아 혹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든 20년간 누려온 안정성이 사라진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 둘째, 기업 경영보다 2, 3배 정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셋째,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축하며 변신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넷째,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고민이다. 이 같은 이슈는 향후 15년간 22억명의 신(新)중산층 소비자들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경제력이 빠르게 이동하는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경영은 미래를 고민하는 의사결정이다. 미래는 변화이며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특히 기술은 시장에 강력한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켜 모든 분야에서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 정체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비제조업 분야 생산성이 낮고 제조업 수출을 통한 성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모델이 향후 성장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물론 기술력과 엔저를 등에 업고 다시 기치를 올리는 일본기업과 상전벽해와 같이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넛 크래킹’ 상황에 몰린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재구축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쏟아진다.

단순히 원가를 절감하고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뛰어오르려면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이를 선점하려는 열정, 우리에게 유리한 미래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과정의 철학’이 필요하다. 그것이 신기술이 됐든 창조적 혁신전략이 됐든,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역량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미래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미래전략 수립에 있어선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하지만 미래는 확정되거나 구체화돼 있지 않아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그래서 미래학 분야의 석학들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목표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의 흐름을 파악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미래상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각이나 기술, 경영 전략, 그리고 이들 상호 간의 교감과 공감대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이끌어갈 중요한 동인이다.

5년 후 우리가 만날 미래가 시작되는 곳은 바로 ‘오늘이며 여기서부터’다. 미래에 대한 탐구는 항상 ‘지금’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과정의 철학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트렌드 흐름을 제대로 읽는 한편,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미래를 향한 생각과 통찰이 집약된 경영전략 및 기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비록 이런 노력을 경주한다고 해서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7월부터 격주로 8개월간 연재해온 기획 시리즈 글로벌 기업 속으로는 향후 5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상을 만들고 있는 17개 글로벌 기업의 핵심 성장동력과 기술ㆍ경영ㆍ글로벌 전략의 트렌드를 파악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늠하려는 의도로 시작됐다. 그간 연재된 글로벌 기업이 만들어가는 미래상의 주요 내용을 재구성했다.

기술은 고객이 공명할 때 현실이 된다

“앞으로 5년 내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요인은 ‘시장 환경’이 아니라 ‘기술’이다.” IBM이 세계 70개국 최고경영진 4,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불황과 침체 등 시장의 불확실성보다는 급변하는 기술을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기업의 미래는 변화를 이끌 기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술의 변화는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구조마저 바꿔놓고 있다. 소셜,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의 진화는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를 하나로 묶는 초 연결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를 갖춘 고객들은 시장에서 더 이상 대중이 아닌 개인으로써 맞춤형 서비스를 기대한다. 구글은 바로 그런 개인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회사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열린 네트워크 경제, 그리고 자동차와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운영하는 플랫폼 경제는 앞으로 5년 후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진화를 거듭해 갈 구글의 변함없는 미래 전략이다.

빅데이터 시대 인간이 풀 수 없는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이미 연구소를 떠나 의료 법률 금융 등 서비스 현장에서 기술 진화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바일 속으로 들어온 왓슨은 고객 니즈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며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이끌 IBM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다. 특히 뉴욕의 IBM 왓슨연구소가 연구 중인 인공지능(AI) 컴퓨터의 무한한 잠재력에는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왓슨이 만드는 미래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산업용 로봇은 이미 제조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감정과 인지능력을 갖춘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등장은 가정이나 교육 등의 서비스 분야를 바꿀 또 다른 미래상이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소프트뱅크 모바일 오모테산도 매장에서 만난 페퍼는 필자의 눈을 바라보며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물론 페퍼가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 속의 친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페퍼의 미래는 시장이 판단한다. 특히 왓슨의 인공지능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와 결합될 2020년쯤에는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IT 혁명의 역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로봇공학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도 쓰이고 있다. 대다수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출시 시점을 5년 후인 2020년에 맞춰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사용자 경험(UX)과 사회 패러다임, 가치 욕구의 미래상에 중점을 두고 미래의 경험 원형(콘셉트카)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벤츠가 미래 자동차로 꼽는 무인(無人)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미래의 개인공간 활용도를 높여 줄 뿐 아니라 자율주행 우버와 같은 공유 개념의 공간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위기와 기회…우리가 직면할 또 하나의 미래, 중국

지난해 가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베이징의 중관춘을 찾았다. 중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 레노버와 우리 경제에‘차이나 쇼크’를 안겨준 샤오미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중국의‘혁신(創新 창신)’정신이 꿈틀거리는 이곳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국 토종기업들은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채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240조원으로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한 데 이어, 알리바바가 선보인 알리페이는 금융과 정보통신(IT)기술이 결합한 핀테크(파이낸셜 테크놀로지ㆍ금융기술)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세계 1위 PC 제조업체인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휴대폰 분야에서도 샤오미와 더불어 삼성전자와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들 중국 토종기업이 추진하는‘혁신(創新ㆍ창신)’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치솟는 위안화의 위력을 앞세워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국식 자본주의에 걸맞은 자기화(自己化)에 주력하는 한편, 선진기업들의 혁신 성공사례들을 벤치마킹 해 모방을 통한 재창조로 중국식 혁신의 새 모델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들의 빠른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5년 후 글로벌 경제의 재편구도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들의 타깃 목표 리스트에 우리기업 이름이 빠져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2020년 내수시장 규모는 565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척돼 중산층 규모가 전 인구의 45%(6억3,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일찍이 중국에 터전을 잡고 현지화에 성공한 폭스바겐과 유니클로는 급팽창하는 중산층 대상의 타깃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중국인 특색에 맞는 다양한 상품전략으로 중산층 끌어안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니클로는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신중산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5년 후 중국정부의 개발정책으로 성장 궤도에 오를 서부내륙 도시까지 깊이 파고들어가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설 태세이다.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변신을 통한 생존의 몸부림

기업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1935년 미국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에 포함됐던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 그로부터 76년이 지난 2011년 S&P 500 기업의 평균 수명은 18년에 불과했다. 2020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기업들을 돌아보면 우려감이 더 커진다. 최근 5년간 국내 제조업체 생존율은 39.6%로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기업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성장 정체기에 빠져들고 있는 기업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기존 성장동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을 입어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100년 이상 장수한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136년 역사의 첨단기술 인프라기업 GE는 1,800여건의 인수합병(M&A)과 끊임없는 사업 다각화로 비즈니스 모델 변신에 성공한 교과서적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경제력이 ‘저성장 선진시장’에서 ‘고성장 신흥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성장 모델도 급변하고 있다. GE는 미래의 시장을 아프리카와 남미 등 신흥국가들의 인프라 설비시장으로 보고 현지에 맞는‘맞춤식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새 조직이 필요하다. GE의 글로벌 사업을 총지휘하는 글로벌성장운영조직(GGO) 홍콩본부는 GE의 맞춤식 사업 다각화 전략을 이끄는 미래 성장엔진이다. 또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반영한 차세대 비즈니스 솔루션 ‘산업 인터넷’과 최첨단 제조기술 개발 등 GE가 만들어가는 제조업의 미래상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예고하는 듯하다.

기업 변신이라면 거대 화학기업 듀폰도 빼놓을 수 없다. 듀폰은 3세기에 걸쳐 3차례 변신을 거듭해온 원조‘트랜스포머’기업이다. 처음 100년은 화약제조업체로, 또 다른 100년은 화학소재ㆍ섬유업체로, 그리고 이젠 농업ㆍ생명공학업체로 변신 중이다. 거대한 미래 흐름인 메가트랜드를 읽고 그 핵심을 짚어내는 통찰력과 종합과학기업으로 연구개발(R&D)을 통한 차원 높은 기술력, 변신을 위한 과감한 실행력은 듀폰이 만들어 가는 또 다른 100년의 미래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변신을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요구된다. 천문학적 부채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일본항공(JAL)이 1,558일 만에 재기에 성공한 데는 탁월한 경영 전도사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의 확고한 경영철학을 3만5,000여명 임직원과 일관되고 긴밀하게 공유함으로써 JAL이 의식변화를 통해 자기 혁신을 이루도록 이끌었다.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에서 선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미래를 대비해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철저히 안전에 대비하는 ‘지속적인 자기 관리’가 아닐까. 해운업계의 글로벌 1등 기업 머스크라인은 110년 전통의 핵심가치인 ‘지속적인 관리’를 기반으로 호황기에 불황을 대비한 선제 구조조정과 수익ㆍ효율성 중심의 조직 개편을 통해 중후장대 산업의 새로운 혁신모델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양산업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고객의 니즈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새로운 미래시장을 창출해가는 것이 바로 기업의 역량이며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파괴적 창조와 변하지 않는 창조: 혁신과 스토리텔링의 힘

MP3와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한 순간 초토화했다. 컨버전스의 대명사인 스마트폰의 진화는 이들 시장을 대체해버리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모바일 천하를 열었다. 이런 현상은 모바일뿐만이 아니다. 전기차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테슬라는 독보적인 배터리 기술력과 5,000개가 넘는 전장부품을 하나로 결합하는 탁월한 종합 디자인력으로 ‘커넥티드 전기차’라는 혁신적 제품을 통해 기존 자동차 개념을 깨고 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테슬라의 성공은 혁신적인 기술로 주행거리와 속도, 디자인 등 전기차의 한계를 해소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제품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을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테슬라는 2020년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한 번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올 테슬라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혁신적 창조력이 기존 시장을 파괴해 버리는 경우는 의류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를 휩쓸어온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그 주인공. 명품 브랜드 제품은 신뢰할 수 있는 제품력을 갖췄지만 그 가치만큼 고가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좋은 품질에다 가격마저 착하다면 소비자에겐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자라’ 브랜드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디텍스는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 첨단 유행을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하면서도 우리가 사는 도시의 가장 번화한 상점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기획과 디자인부터 제조와 유통, 물류, 판매를 일괄하는 대표 SPA업체이다. 인디텍스는 이제 온ㆍ오프라인, 모바일을 하나로 연결하는 옴니채널로 SPA의 새 미래를 만들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새로운 관심거리를 창조해내는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이다. 디즈니와 코카콜라는 창조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디즈니 ‘겨울 왕국’의 성공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콘텐츠의 힘이 바로 창조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누구나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인 디지털 매거진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기업홍보 모델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2020년 디지털 환경이 눈부시게 발전해도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는 더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를 현실로 만드는 신기술은 그 욕구를 놀라운 방식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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