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차단 등을 위한 가축면역증강제 무상지원 사업을 하면서 특정 업체의 제품을 수년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22일 시 등에 따르면 김제농업기술센터는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성 가축전염병으로부터 가축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비 17억여원을 들여 면역증강제를 구입, 이를 축산농가와 사료공장에 무상 공급했다.
그러나 농가 등에 공급된 면역증강제가 대부분 D사의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D사가 농업기술센터에 같은 기간 11억7,000만원어치를 납품했으며, 이 중 2012년과 2013년엔 2억9,300만원어치를 독점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더구나 농업기술센터는 사업 초기부터 농가에 잘 알려지지 않은 D사의 면역증강제에 대한 농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구매계약를 밀어붙였다.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당시 농가들 사이에서는 점토질 광물인 일라이트(illite) 성분의 D사 면역증강제가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농가 지원 대상 제품으로 선정되는 것을 꺼려했지만 형식적인 시험 투여와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고 털어놓았다.
제품선정협의회에 참여했던 한 농가도 “시험성적서가 제공되지 않아 제대로 된 효능 확인이 어려웠고 김제시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품을 한두 차례 쓰다가 문제가 많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양돈농가에서는 D사 제품에 포함된 광물질이 분뇨 저장조에 침전돼 배출구를 막거나 축사 배관이 막힐 우려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또 일부 농가들은 사료 배합과정에서 먼지가 많고 사용이 불편해 대부분 방치했다가 폐기하기도 했다.
농업기술센터는 몇 년 전 현장조사를 통해 D사 제품에 대한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건식 시장에게 보고했지만 묵살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기술센터의 한 직원은 “관련 내용을 보고한 직원이 얼마 뒤 타 부서로 전출됐고 이후에도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던 직원이 수개월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기술센터 측은 사업비 쪼개기를 통해 D사와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와 올해 관련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D사 측은 이 시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담당 공무원에게 사업비를 세워달라고 압력성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청 안팎에선 D사와 이 시장과의 유착설이 나돌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면역증강제 지원사업은 애초부터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사업이란 소문이 시청 내에 파다했다”며 “시장의 입김 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겠냐. 윗선 분위기와 계속된 업체의 사업비 편성 요구로 직원들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한석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문제가 발견되긴 했지만 D사에 특혜를 준 것은 없으며 직원 교체도 이 사업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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