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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증세-복지 논쟁’과 국민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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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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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 기만이다”는 여권 지도부안의 상충된 발언으로 촉발된 ‘증세-복지 논쟁’은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의 ‘증세-복지 논쟁’은 한국의 장기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논쟁이 국민적 합의로 연결되어 좋은 결실을 봐야 한다.

한국은 세금 적게 내고 복지혜택 적게 받는 ‘저부담-저복지’ 체제다. 2013년에 조세부담률(조세수입/GDP)이 2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4.1%에 훨씬 못 미쳤고 멕시코 칠레 미국과 함께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복지지출 비율(공적사회지출/GDP)도 10.2%로 OECD 국가 평균 21.7%에 크게 미달하였고 칠레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프레이저연구소가 발표하는 경제적 자유지수를 보면 2012년 ‘이전지출 및 보조금’ 기준 정부 규모 지수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10점 만점에 8.35로 가장 높다. ‘소득세 최고 한계세율 기준’ 정부 규모 지수는 6.0으로 이것도 상위 그룹에 속한다. 또한 시장소득의 지니 계수(2011년 0.342)와 세금 내고 이전지출이나 보조금 받은 후의 가처분소득의 지니 계수(0.311)의 차이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아주 작다. 이 자료들은 조세와 정부지출을 통해 부자에서 빈자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이 아주 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한국이 가장 ‘작은 정부’ 그룹에 머물러 있어서는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없다. 세금을 더 거두어 육아, 양로, 의료, 교육에 대한 사회지출을 더 늘려서 ‘고부담-고복지’ 체제로 나아가야 국민이 염원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 조세부담률이 OECD 국가 평균 수준이라도 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한편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려면 반드시 먼저 노동시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 실업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실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실시 등 세가지가 결합된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해고는 살인이다’며 극단적으로 저항하는 노동자가 사라질 것이고 기업도 부담을 덜 갖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면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려야 함과 동시에 실업자 재취업 훈련을 위한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 이처럼 노동시장 유연안전성을 위한 정부지출을 늘리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기업들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려면 노동시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지출에 쓰일 증세에 동의해야 한다.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는 증세보다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을 선별적 복지 개념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복지지출을 줄이는 것은 마땅하지만 ‘증세-복지 논쟁’이 아직 빈약한 복지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쟁으로 일탈해서는 안 될 일이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논쟁은 어떤 방식으로 증세할 것인가에 집약되어야 한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중 어느 것을 먼저 올릴 것인가, 자산세를 신설할 것인가, 부자 증세냐 보편 증세냐, 증세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논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부담-저복지’체제에서 ‘고부담-고복지’체제로 나아가려면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위해서는 노사정간에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현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보수 정부가 증세할 때 사회적 저항이 적고 국민적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증세-복지 논쟁’이 복지모델과 증세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심화되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면 한국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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