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전지부 "사실상 포기 선언"
대전시교육청이 9시 등교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등교시간 인식 설문조사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이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시 교육청은 설문조사를 근거로 9시 등교를 학교장 재량에 맡겼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는 “등교시간 결정 학교장 일임은 사실상 9시 등교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22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9시 등교 시행 결정을 위한 초ㆍ중ㆍ고 학생, 교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행복등교시간 설문’전수조사에서 일반고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70%가량이 현재의 등교시간이 빠르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등생과 중등생,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 등교시간이 적당하거나 오히려 늦다고 답했으며, 특목고의 경우 학생들은 빠르다는 응답이 약간 많았던 반면 교원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적당하거나 늦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1월 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관내 초ㆍ중ㆍ고 학생과 교원, 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학생 12만3,500여명, 교원 1만1,100여명, 학부모 13만8,900여명이 참여했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일반고등학교의 등교시각은 오전 7시30분~7시 40분사이가 32%로 가장 많고 오전 7시30분 이전 등교학교도 19%에 달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 조사를 근거로 각 학교에‘초ㆍ중ㆍ고 행복등교 자율시행 권장안’공문을 보내 학교장 자율로 등교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등교시간을 일괄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등교시간은 학교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고, 통학여건 및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학교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는 “시 교육청의 공문은 정책적 판단을 학교장들에게 미룬 것으로 사실상 9시 등교정책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설문조사결과 일반고의 경우 조기등교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뭔가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데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럴 거면 설문조사는 무엇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 교장이 용기있게 9시 등교를 시행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조치는 진보와 보수 어느쪽으로부터도 욕을 먹지 않으려는 설동호 교육감의‘제3지대 리더십’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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