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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떨림 없는 로봇, 美 전립선암 수술 80~90% 도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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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떨림 없는 로봇, 美 전립선암 수술 80~90% 도맡다

입력
2015.02.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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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절개하는 너비 크게 줄여

요실금ㆍ발기부전 등 부작용 최소화

동작 정교해 신장암 수술에도 인기

[정밀의학 시대]

요즘 질병 치료에서 환자 개개인을 중심에 놓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대세다. 기존 방법은 병기(病期)가 비슷한 환자들에게 사전에 정해진 가이드라인(표준치료법)을 꿰맞추는 두루뭉슬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병기이더라도 증상 상태, 유전적 특질 등은 환자마다 각기 다르다. 정밀의학은 환자들 사이의 이 같은 개인 차이에 주목한다. 진단과 치료의 모든 과정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춘다. 맞춤치료이다 보니 치료율이 올라가고 후유증 발생은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에서 본격 시도되고 있는 정밀의학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요즘 전립선암이 초기(1~2기)인 국소성 전립선암은 95%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요실금이나 발기부전의 가능성이다. 수술로 암이 사라지더라도 성(性), 소변 등 기능 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아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기능 이상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게 근치적 전립선적출술을 하는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남겨진 숙제다. 전립선암을 수술하는 의사들은 지금도 절제범위 등을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선책으로 주목 받는 것이 로봇을 이용한 정밀수술(precision surgery)이다.

로봇수술은 2005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로봇은 병변을 10~15배로 확대해 3차원 고화질 영상으로 보여 주는 데다 손 떨림 방지 등 기능이 있어 정교한 수술을 돕는다. 현재 미국에선 모든 전립선암 수술의 80~90%가 로봇으로 이뤄지고 있다. 로봇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국소성 전립성암에 대한 표준치료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로봇의 장점은 최소침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전립선암 수술에서 요실금, 발기부전 등 후유증 발생을 줄여 준다”고 했다. 개복수술은 배꼽에서 시작해 치골 부위까지 복부의 30cm가량을 째는 큰 수술. 로봇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 5~6개만 뚫는다. 절개 범위를 최소화 하기 때문에 흉터와 통증 발생이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로봇수술이 전립선암 등에서 수술 후유증을 줄여 주어 관심 받고 있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전립선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로봇수술이 전립선암 등에서 수술 후유증을 줄여 주어 관심 받고 있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전립선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국내외 연구 결과,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은 개복에 비해 합병증을 줄여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암 치료 성적은 로봇과 개복이 비슷하다는 게 대체로 일치된 견해다. 다만 전립선암의 로봇과 개복의 수술 결과는 연구 주체에 따라 엇갈리는 쟁점이다.

전 교수는 “로봇수술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비용이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수술 후 발기능력과 요실금 회복 속도가 개복수술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전립선암 수술비가 800만원 안팎으로 비싸다. 복강경수술은 300만~400만원, 개복은 200만~300만원가량이다.

전 교수는 “정밀의학은 전립선암에 딱 맞아떨어진다”라고 했다. 예전엔 암이라고 하면 암 덩어리를 포함한 주변을 폭넓게 잘라내는 광범위한 절제가 주된 치료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전립선암 환자들은 요실금 증상으로 평생 기저귀 차고 다니고 발기부전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고 전 교수는 이유를 밝혔다.

로봇, 고난도 부분신절제술에서도 유용

정교한 수술을 돕는 로봇은 전립선암 뿐 아니라 고난도 신장암 수술에서도 유용하다. 신장암으로 신장을 보존한 채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부분신절제술에서 특히 그렇다. 부분신절제술은 비뇨기과에서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몸속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은 하는 신장에는 엄청난 양의 혈액이 지나간다. 이 수술을 위해서는 신장으로 가는 혈관의 차단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 혈관을 차단하게 되면 피 공급이 안돼 허혈성 손상으로 신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혈관을 20분 정도 잡아놓고, 종양을 잘라내고, 다시 꿰매는 과정을 거친다. 부분신절제술은 시간싸움이다.

전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부분신절제술의 이점에 대해 “로봇으로 하게 되면 육안보다 더 확대돼 보이는 데다 로봇 기구가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복처럼 손이 들어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신장암 수술은 신장을 다 절제해내는 근치적절제술과 신장을 보존한 채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부분신절제술로 크게 나뉜다. 전 교수는 “신장암의 종양 사이즈가 4cm 미만으로 비교적 작은 일반적인 부분신절제술에서는 로봇수술이 추천된다”고 했다. 다만 종양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크면서 근치적신절제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 예컨대 신장이 하나 밖에 없거나, 한쪽 신장의 기능이 망가져 부분신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로봇보다는 개복이 더 유리하다고 전 교수는 밝혔다.

부분신절제술에서 복강경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로봇이 더 섬세하다는 설명. 전 교수는 “복강경으로 혈관을 찾아 꿰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게 되면 신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가급적 빨리, 정교하게 하는 데는 로봇 또는 개복이 낫다”고 했다.

표적치료제, 전이성 신장암에서 생존기간 연장

전이성 신장암에서는 표적치료제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해 주는 정밀의학의 한 도구가 되고 있다. 신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환자의 20~30%가량은 진단 당시부터 전이 양상을 보이는 무서운 암. 신장에만 국소적으로 암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적 치료가 매우 어렵다. 다른 암과 달리 방사선 또는 일반 항암제가 잘 듣지도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성의 경우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표적항암제의 등장과 이용은 신장암 치료에 획기적 변화를 불러왔다. 수텐(성분명 수니티닙), 넥사바(소라페닙), 아피니토(에베로리무스) 등 표적항암제가 암세포의 성장을 막고 때론 사이즈까지 줄임으로써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7년 3월 국내에 선보인 수텐은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6.4개월로 늘려 주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2006년 국내 복용이 허가된 넥사바는 기존 항암제 사용에 따른 탈모, 구토 등 부작용도 줄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피니토는 1차 치료제로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신장암에 대한 2차 치료제다. 1차 치료에서 실패한 진행성 신장암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 결과, 이 표적치료제로 치료한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9개월로 대조군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얼마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오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2차 치료제마저 안 듣는 경우 쓸 약이 없다. 1차, 2차 약제를 가급적 길게 가져가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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