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체에 무해" 공식 발표에도
소비자 70% 무첨가 표시에 구매 영향
소비자들 막연한 불안감 악용 상술
최근 지상파 TV와 종편TV 등에서 먹거리와 관련해 각종 정보와 교양ㆍ오락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 방송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전문가가 소개하는 좋은 정보도 있지만 민간요법ㆍ통념ㆍ괴소문 등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양 소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일부 식품첨가물을 ‘건강을 해치는 원흉’이라며 마녀사냥식 비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정보는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은 정부가 엄격한 기준으로 허가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무첨가 마케팅 활동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첨가물 인체에 유해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식품첨가물(34.5%)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식품첨가물로는 이산화황(20.8%), 아질산나트륨(18.1%), 식용색소류(16.1%), L글루타민산나트륨(15.7%) 순이었다. 식약처는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으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식품첨가물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안전성이 입증돼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식약처는 또한 식품의 제조ㆍ가공에 필수적이고 식품 영양가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패ㆍ변질ㆍ기타 화학변화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량만 사용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합성첨가물을 빼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자연 원료를 사용한다는 무첨가 마케팅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소비자포럼의 조사결과, 특정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무첨가 관련 표기와 광고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57%가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가공식품 구입에 무첨가 표시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만해도 70%가 넘었다. 반면, 대체첨가물을 사용을 인지한 소비자 비율은 낮게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가 왜곡된 정보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MSG 무첨가 식품 다수 대체첨가물 사용”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을 첨가하지 않는다고 표방한 가공식품 중 대부분이 식물성단백질가수분해물(HVPㆍhydrolyzed vegetable protein)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아는 소비자는 조사대상자의 25%에 불과했다. (사)소비자와함께(공동대표 김현, 박명희)의 ‘가공식품의 무첨가 표기 실태와 소비자 인식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포장에 ‘MSG 무첨가’했다고 표기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MSG 무첨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12개 제품 가운데 8개에서 HVP 검출 지표인 레불린산이 검출됐다.
(사)소비자와함께는 이번 실험 결과를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무첨가 마케팅과 소비자’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사)소비자와함께 측은 “토론회 발제 내용과 실험의 유효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종합적인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HVP는 탈지 콩, 밀글루텐, 옥수수글루텐 등의 단백질 원료를 염산이나 황산으로 가수분해해 얻는 아미노산액이다. HVP는 간장 원료와 소스류, 즉석 면, 수프 등의 가공식품에 조미료로 주로 쓰이고 있다.
(사)소비자와함께로부터 실험을 의뢰 받은 한국식품연구소에 따르면 레불린산은 천연 단백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HVP가 사용된 제품에는 레불린산 함량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어 이를 HVP 사용 여부에 대한 지표 물질로 사용해 실험을 실시했다. 또한 분석 방법의 유효성 검증 결과, 레블린산은 0.5~100ug/mL 검량선 범위 내에서 모두 0.999 이상의 상관계수(r²)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레블린산 농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MSG 무첨가 표기 및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제품 중 요리에센스 연두(샘표), 베트남쌀국수, 새콤달콤유부초밥, 가쓰오우동, 직화짜장면(이상 풀무원), 비빔된장양념(CJ), 엄마는 초밥의 달인(동원), 삼채물만두(대림) 등에서 레불린산이 검출됐다. 표1 참조
반면, 찬마루쌈장, 방울만두(이상 풀무원), 양조간장 501(샘표), 햇살담은 자연숙성 국간장(청정원)에서는 레불린산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2 참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사)소비자와함께 박명희 대표는 “이번 연구는 식품업계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은 ‘무첨가’, ‘마이너스’, ‘Free’ 마케팅 등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식품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며,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 연구는 무첨가 상품 실태조사, 소비자 인식조사 등을 통해 가공식품 무첨가 표기 현황과 소비자 인식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한편 MSG 무첨가 제품의 HVP 사용여부 확인 실험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무첨가 마케팅의 ‘꼼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이용하는 무첨가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해 온 식품업계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구축하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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