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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 와그라 증후군, 건강염려증...아프니까 중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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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 와그라 증후군, 건강염려증...아프니까 중년이다?

입력
2015.02.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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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ㆍ경제성장ㆍ외환위기...

쉼 없이 달려와 인생 2막 준비 시기

가정ㆍ사회서 소외감 정신질환 늘어

고통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 바람직

유신독재에서 고도 경제성장, 5ㆍ18민주화운동, 외환위기까지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관통한 우리 사회 50대들. 직장에서 사회에서 자신을 내팽개 친 채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이들 앞에는 와그라 증후군,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적 증상들이 불청객처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증상은 인체 노화에 따른 것들.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자기 관리법을 통해 이런 정신적 걸림돌들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인생 후반전의 성패가 엇갈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 사회 50대들의 우울한 자화상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59세의 사망원인 2위는 자살이다. 10만명당 자살률도 19.0%로 40대와 함께 1위다. 자살 동기는 경제ㆍ생활문제(26.0%)보다 정신적 문제(2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버팀목이라 할 50대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50대 나이는 직장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한편,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설계를 해야 할 시기. 인생의 중대 전환점를 맞는 이들의 삶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사망률과 출생률의 동반 감소에 따라 늙었지만 죽지 않는 노인들과 젊지만 독립해서 어른 노릇을 못하는 젊은이들을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낀세대가 50대”라며 “이들이 미래에 대한 인생설계를 제대로 못 하게 되면 불행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신도 혹시 ‘와그라 증후군’?

직장 회식자리나 모임에서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다 큰 자식을 무릎 꿇게 하고 몇 시간씩 설교를 한 경험이 있다면 ‘와그라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와그라 증후군은 치매나 노화 증상은 아니지만 생각이 중심을 잃고 곁가지를 맴도는 증상으로 언어와 행동 변화가 특징이다. 단어가 잘 기억나지 않고, 이름이 혀끝에 맴돌긴 하는데 기억을 못하거나, 엉뚱한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필요한 물건을 이미 구입했음에도 또 쇼핑을 하거나, 은행이나 관공서를 여러 번 들락거린다면 이 역시 와그라 증후군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오십후애사전(五十後愛事典)’ 저자 이나미 한국융연구소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와그라 증후군은 성호르몬 저하 뿐 아니라 갑상선과 부신피질 등 전반적인 호르몬 기능 실조, 뇌세포 노화 위축 등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증상에 대해 너무 초조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년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정신적으로 수용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잘못된 몸 사랑법 ‘건강염려증’

사회와 가정에서 사랑 대신 희생을 요구 받고 있는 50대에 흔히 생기는 증후군이 바로 건강염려증이다. 건강염려증은 개인이 누군가에게 충분히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 발생한다.

분석심리학의 선구자 칼 융의 상담 사례. 한 50대 중년남성이 어느날 융을 찾아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후 갑자기 몸 속에 무엇인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네요.” 중년남성은 그러면서 수십 년 전 자신이 매독에 걸린 기억과 함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을 때의 상처를 떠올렸다. 융은 그가 앓고 있는 건강염려증은 그동안 성공에만 사로잡혀 소홀히 해온 몸이 반란을 일으켜 아우성을 치는 것으로, 몸에 대한 진정한 사랑 없인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 결론내렸다.

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건강염려증은 우리 몸이 자신을 점검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병적으로 진행될 경우 죄책감이 증폭돼 우울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프다고 남들에게 관심 받고 그로 인해 행복한 것은 일시적 위안일 뿐”이라며 “건강염려증과 같은 잘못된 사랑법이 아닌 자신의 몸을 제대로 건강하게 사랑해야 50대 이후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50대가 되면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성생활을 즐기는 부부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성호르몬의 변화로 여성은 공격적으로 변하고, 남성은 여성처럼 쉽게 토라져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신체 변화에 적응하지 않은 채 외도를 꿈꾸거나, 실제 외도하는 이들이 많다. 외도를 안 하더라도 성적 부조화로 인해 부부 갈등이 심해지게 되면 의처증, 의부증이 발생한다.

정 원장은 “외도는 남녀 모두 배우자가 아닌 타인에게서 새로운 자극이나 쾌락을 갈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삶을 추구했던 이들일 경우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외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50대의 외도 양상은 남녀가 크게 다르다. 남성은 자신의 지위나 경제적 강점을 이용해 젊은 여성의 마음을 현혹시키려 하는 반면, 여성들은 연하남과의 교제를 꿈꾸는 ‘쿠커신드롬’에 흔히 빠진다.

지난해 7월, 경기도 부천의 한 50대 남성은 아내와 불륜을 의심, 외출하는 아내를 미행한 끝에 차량에 동승해 있던 남성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해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50대 초반부터 매년 아내와 함께 병원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김영일씨(74)는 부부 동반으로 등산, 수용 등을 즐기면서 건강과 사랑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각기 다른 두 부부의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 교수는 “파트너를 교체한다고 해서 성 기능이 크게 호전되지도 않고, 매혹적인 낯선 이에게 혹하는 마음은 반감기가 매우 짧다”고 했다. 정 원장은 “외도는 그동안 억눌렀던 자기감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외도를 통해 내면에 잠재된 감정을 분출하지 말고, 악기 춤 그림 문학 등 예술적 취미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당신은 사자단계인가, 낙타단계인가?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의대 교수팀은 1938년부터 2000년대까지 60여 년간 하버드대 학생 268명을 선정, 대학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행복과 삶의 조건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부조리와 불합리를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방어기제)와 심하게 분노하지 않고 스스로 소외되지 않은 이들이 8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변증법적 분석을 통해 50대의 불안과 목표를 ‘사자단계’와 ‘낙타단계’로 비유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우선 사자단계.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이들은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 당하면 분노하고 투쟁한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고독하고 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힘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술, 외도, 도박 등 중독성이 강한 쾌락에 빠진다. 직장에서 착취적인 상사, 가정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가 이에 해당된다.

노부모와 자식을 부양하기 때문에 조용히 자기 일에 충실한 낙타단계. 상황은 사자와 다를 바 없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삶의 목표가 있어 부지런히 일 하지만 내적으로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원망은 물론 낙오와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고통 받는다. ‘워커홀릭 (workaholic)’이 이에 해당된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는 “불안과 목표라는 상반된 화두를 안고 사는 50대들 중 불안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다”며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잊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늦었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는 방법

유신독재에서 최근의 외환위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두루 경험한 우리 사회 50대들. ‘베이비부머’ ‘낀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도태’가 곧 ‘실패’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족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왔건만 정작 가정과 사회에서는 초대받지 못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 교수는 “직장 업무 때문에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50대들이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자신이 집안에서 낯선 국외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갑자기 나타나서 오랫동안 집안의 구성원이었던 것처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 균형 상태에 있는 가족들의 평화만 깨져버린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가족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들에게 지난 과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정말 착했는데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네요.” 진학, 결혼문제로 자녀와 문제가 생겨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50대 부모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자녀에 대한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 원장은 “부모와 갈등하는 것은 이제 자녀가 부모 곁을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라며 “성장한 후에도 부모의 말만 듣는다면 착한 아이가 아니라 바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늙은 부모에 대한 책임감을 교육시키지 않는다”며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슨 일을 하던 자기 입을 책임지고 주변에서 받은 만큼 되갚으라는 책임감을 길러주는 일”이라고 했다.

자아 사랑ㆍ위로해야 행복

인생 후반전을 맞는 50대부터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노년에 행복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대 이후 행복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관리, 위로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50대의 경우 자신이 그동안 해 온 일들을 관조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해야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 최 교수는 “병원을 찾은 50대 환자 중 상당수가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암에 걸린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며 “정신과 치료도 다른 질환 치료처럼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관리도 필요하다. 행복과 삶의 조건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얻은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의대 교수는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조건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 ▲안정된 결혼생활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 ▲금연 ▲금주 ▲체중조절 ▲운동 등 7가지를 꼽았다. 박 전문의는 “50대 이후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면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의대 교수의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한 여섯 가지 조건‘

1.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새로운 사고에 대해 개방적이며 신체건강의 한계 내에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려 한다.

2. 노년의 초라함을 기쁘게 감내한다.

3.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며 주체적이어야 한다.

4. 유머감각을 갖고 놀이를 통해 삶을 즐긴다.

5. 과거를 돌아볼 줄 알고 과거에 이룬 성과를 소중한 재산으로 삼는다.

6. 오래된 친구들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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