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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연구 플라즈마 기술로 김치 맛을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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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연구 플라즈마 기술로 김치 맛을 살리다

입력
2015.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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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융합연구소와 세계김치硏… 기술 개발 상호협력 협약 맺어

반도체 산업에 쓰이는 플리즈마, 향균작용 뛰어나 유산균 제어에 활용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플리즈마 기술을 응용해 김치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본격 개발된다. 이를 이용하면 앞으로 김치냉장고의 보관 기관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플리즈마 기술을 응용해 김치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본격 개발된다. 이를 이용하면 앞으로 김치냉장고의 보관 기관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김치와 플라즈마가 만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개발에 쓰이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김치의 적당한 맛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기술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도입된다.

‘인공 태양’이라 부르는 미래의 발전기술인 핵융합을 연구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 16일 상호협력협약을 맺었다. 핵융합과 김치가 손을 잡은 이유는 바로 플라즈마 때문이다.

플라즈마는 가스 입자가 이온과 전자로 나뉘어 고체, 액체, 기체도 아닌 애매모호한 ‘제4의 상태’를 이룬 것을 말한다. 우주 공간의 약 99%는 플라즈마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기술은 우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1등 공신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플라즈마를 활용해 금속이나 고분자물질 표면에 미세한 막을 입히고 정교한 모양을 새기거나 세밀하게 깎아낸다. 용접이나 제련, 합성 등에도 플라즈마 기술이 활발히 쓰인다.

그런데 이처럼 제조 공정 외에 플라즈마가 항균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새롭게 확인됐다. 항균 작용을 하는 주인공은 ‘라디칼(유리기)’이라 부르는 활성산소나 활성질소 등이다. 라디칼이 플라즈마에서 빠져 나와 곳곳으로 퍼져 균을 잡아낸다.

사실 이 원리는 공기청정기에 이미 적용돼 있다. 항균 기능을 하는 공기청정기들은 대부분 내부에 플라즈마 장치를 갖고 있다.

김치가 한결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던 김치연구소는 바로 이 플라즈마의 항균 작용에 눈을 돌렸다. 김치가 늘 같은 맛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어 버리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 속 유산균 종류와 숫자가 늘거나 줄기 때문이다. 늘어난 특정 유산균을 줄이거나 없애려면 열이나 화학물질을 가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김치를 끓이거나 약을 칠 순 없다.

그래서 김치연구소는 플라즈마의 항균 작용을 이용해 늘어난 특정 유산균들만 없애면 이 맛을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대신 줄어든 특정 유산균은 추가 투입해 주면 된다. 즉, 원재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온도를 조절한 플라즈마를 김치에 쏘아 숫자가 불어난 특정 유산균을 기준치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김치 맛을 원하는 기간 동안 유지해주는 맞춤형 김치냉장고도 만들 수 있다. 또 같은 원리로 채소를 장기 보관할 수도 있다. 가령 양파는 오래 두면 곰팡이 때문에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양파 보관 장소에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설치해 공기 중에 라디칼을 확산시키면 곰팡이 발생이 억제돼 신선도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김치연구소와 손을 잡은 핵융합연구소에는 플라즈마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일어나는 핵분열반응보다 수천, 수만배의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반응은 필연적으로 플라즈마 상태가 발생한다. 핵융합반응은 태양이 열과 빛을 내는 원리와 비슷해 엄청난 양의 입자(원자핵)들이 결합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입자들이 결합하기 직전 상태가 플라즈마다. 물론 이는 산업용 플라즈마보다 훨씬 고온ㆍ고압이다. 김성봉 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혁신기술연구부장은 “플라즈마 기술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식품과 융합연구를 추진 중”이라며 “올해 37억원을 들여 농식품들이 생산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플라즈마를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2017년까지 다수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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