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의 흥행세를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한 게 맞을까.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국제시장’ 관람에 대한 뒷말이 여전히 영화계를 떠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을 본 뒤 ‘강남 1970’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강남 1970’은 지난달 21일 개봉한 뒤 28일까지 일일 흥행순위 1위를 내달렸다.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1,000만 관객을 넘었다고 하나 뒷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강남 1970’이 극장가에 선보인 뒤 ‘국제시장’은 27일까지 3위 정도였다.
28일 반전이 일어났다.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을 찾으면서 29일 ‘국제시장’은 1위로 복귀했다. 30일에는 ‘강남 1970’에 이어 2위로 밀려났으나 31일에는 ‘강남 1970’을 누르면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엎치락뒤치락 흥행 싸움을 이어갔다.
‘국제시장’은 생각지도 않은 흥행 뒷심을 얻으면서 이달 16일 ‘아바타’(1,330만2,637명)의 흥행기록까지 넘었다. 국내 영화시장 역대 흥행 2위다. 박 대통령 관람 효과의 덕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시장’이 1,300만 관객을 예상보다 수월하게 넘어선 데는 박 대통령의 관람이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관람 이전부터 ‘국제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이 부부싸움을 하다 애국가에 대해 예를 표하는 장면을 국무회의에서 거론하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국제시장’ 관람이 어느 정도 예상된 이유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 관람 효과의 역풍을 맞은 ‘강남 1970’은 ‘국제시장’의 반대편에 서있는 영화다. ‘국제시장’이 개발연대 피땀 흘린 수많은 아버지들의 숨은 공을 부각시킨다면 ‘강남 1970’은 압축성장의 뒷면에 숨은 피비린내 나는 비정함을 그려낸다. ‘국제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은근히 연결돼 있다면 ‘강남 1970’은 독재정권 시절의 아귀다툼에 주목한다.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을 보면서 유신시대에 비판적인 ‘강남 1970’이 밀려났으니 묘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강남 1970’ 제작진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을 보면서 ‘강남 1970’ 상영관이 떨어져나갔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의 관람이 ‘압박 메시지’로 해석돼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강남 1970’의 상영 횟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강남 1970’의 28일 전국 스크린 수는 641개였으나 29일에는 615개로 줄었다. 그러나 30일 641개로 다시 늘어났다. ‘강남 1970’ 제작진 주변에서 나오는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극장 행보가 없었다면 ‘강남 1970’가 300만 관객 언저리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의견이 영화계에는 많다. 16일까지 ‘강남 1970’의 관객 수는 217만2,782명이었다.
라제기기자 wen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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