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소폭 개각 인사를 단행했다. 통일, 국토교통, 해양수산부 등 3개 부처 장관과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소폭 개각을 예고한 만큼 규모는 그렇다 쳐도 친박 정치인 2명의 입각이 도드라질 뿐 참신한 발탁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다. 더욱이 총리 인선과 함께 인적 쇄신의 핵심 포인트로 꼽혔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인적 쇄신 수준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꺾인 민심을 되돌리기엔 턱 없다. 벌써부터 이번 개각을 놓고 설 명절상 머리에서 쏟아질 국민들의 성토가 들리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당초 집권 3년 차를 맞아 총리를 위시한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를 건 이완구 총리카드의 중대 하자로 차질이 빚어졌다. 이 총리는 도덕성과 비뚤어진 언론관 문제로 간신히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하면서 오히려 대통령에게 큰 짐이 된 꼴이다. 상처투성이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구조 개선 등 중대 국정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교체를 미룬 것은 인물난 탓으로 보인다. 윤두현 청와대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한 상황이며 설 연휴 뒤 후임 실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임 청와대비서실장 인선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총리 인선과 개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상쇄할 만한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몇 후임 비서실장 감이 거론되지만 역시 눈에 확 들어오는 인물은 없다.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얼마나 넓게 인재를 구하느냐다. 기존 수첩 내에서만 사람을 찾는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어제 내정한 장관급 면면도 수첩 내 인사 느낌이 짙다. 친박계 정치인인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입각한다면 총리 이하 18명의 국무위원 중 친박계 정치인 출신이 3분의 1인 6명에 달한다. 대통령의 장악력은 커질지 모르나 전문성이나 여의도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문제될 소지가 높다.
비박계 인사들이 당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새누리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날 유승민 원내대표가“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국민 눈 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에 비춰 흔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임 청와대 비서실장만큼은 수첩에 연연하지 말고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이 “과연!”하고 무릎을 칠 만한 인사를 발탁하기 바란다.
우리가 후임 청와대비서실장 인선에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동안 비공식 라인에 의존해온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적 쇄신을 한다 해도 그런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크게 기대할 게 없다. 불투명한 업무처리에서 기인하는 불신과 비선 논란도 여전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수 없이 제기돼온 이런 지적을 유념해 후임 비서실장 인선에 변화의 메시지를 꼭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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