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자 금융계 안팎에서 “시기가 문제였을 뿐 관가 복귀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33년 간의 재무관료 재임기엔 탁월한 조정 능력을 겸비한 금융ㆍ경제정책 전문가였고, 관직을 떠나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2년 간은 농협금융을 일으켜 세운 뛰어난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임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의 내정자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를 거쳐 금융위원장이 된다면 가장 중요한 일은 금융개혁”이라며 ‘준비된’ 금융당국 수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금융개혁은 금융이 실물지원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라며 “당국은 금융기관이 어떻게 할지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공정한 룰을 세워 선수들(금융기관)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창조경제 지원, 기술금융 및 모험자본 육성 등에서 많은 일을 했는데 그 정신과 취지를 받들어 보완ㆍ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율과 경쟁을 원칙으로 한 규제의 틀에 대한 재정비에 나설 것이며, 이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질 사안”이라며 전임자와의 차별화 의지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임 후보자는 이달 금융위 주최로 열린 ‘범금융 대토론회’에 농협금융 회장 신분으로 참석해 건전성 규제 대폭 완화, 명문화되지 않은 구두지시 최소화 등을 당국에 주문한 바 있다.
2013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지 2년 만에 관가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 임 후보자는 자타 공인 엘리트 관료이면서도 합리적인 성품으로 안팎에 적(適)이 없는 지장과 덕장을 겸비한 스타일. 바통을 넘겨주게 된 신 위원장과는 행정고시 24회 동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 경쟁을 벌였지만, 사석에서 형ㆍ동생으로 허물없이 지낼 만큼 돈독한 사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내며 ‘제갈량’ 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탁월한 정책조정 능력을 발휘했고, 2010년 기재부 1차관을 맡았을 땐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이른바 ‘자본규제 3종 세트’ 정책을 입안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근무 시절이던 2009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 매진하느라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화로도 유명하다.
관직을 떠난 지 석달 만에 농협금융 회장을 맡은 임 후보자는 내부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는 한편,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을 통해 회사를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금융계에선 민관을 아우른 임 후보자의 경력을 들어 “당국과 업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기대가 높다.
▦전남 보성(56)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4회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영국 재경참사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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