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 미약하지만 성장률 전망 수정할 정도 아니다"
지난달보다 신중한 표현… 4,5월쯤 금리 인하할 가능성도
"통화완화 정책은 경기회복 조치, 환율전쟁 표현 적절치 않다" 선 긋기
한국은행이 4개월째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이래 4개월째 만장일치 동결 행진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발언의 강도는 전달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온다. 물론 소수의견 출현을 금리 변동 예고 신호로 삼아온 금통위 관례에 비춰볼 때 시장 기대처럼 당장 다음달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약해 보인다. 그러나 한은이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해 한결 신중한 진단을 내놓으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17일 연 2.0%인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가계부채도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수 지표 및 경기주체 심리 회복 부진, 지난달 영업일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동월 대비 감소한 수출, 주가 회복세 및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 미흡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던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 비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2.0%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던 이 총재의 지난달 발언도 이날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ㆍ투자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겠지만, 효과의 크기를 전망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유보적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 총재는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3.4%)를 수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방적 해석을 견제했다.
이 총재는 이른바 ‘환율전쟁 참전론’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침체된 경기 회복, 디플레 압력 방지를 위한 조치”라며 “그 결과로 환율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를 두고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만큼 경제여건이 나쁘지는 않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그러나 원화가 달러 이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원화가 엔화 및 유로화에 대해 큰 폭의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대일본, 대유럽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경계감을 보였다.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 결정에 대해선 “금융시장이 안정적이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스와프 연장이나 신규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1분기 경제지표와 환율 흐름에 따라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마땅한 경기부양 수단이 없는 만큼 정책조합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다시 요구될 수 있다”며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 인하시점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등이 확인되는 4~5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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