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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대화

입력
2015.02.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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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유치원 다니는 큰아이는 밥 먹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늘은 새로운 화제를 들고 왔다. 애들이 그러는데 아빠는 할아버지래.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응? 우리 아빠 마흔 넘었다니까 그랬어. 아마도 다른 부모들은 삼십대인가 보다. 우리 부부가 큰애를 늦게 낳기는 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다. 아이는 조금 속상한 것 같았다. 나이 들어 학부모 노릇하기도 힘들 텐데 벌써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반갑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미용실에 다녀왔다. 엄마 퍼머했는데 어떠니? 물었더니 큰애는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못생긴 것 같기도 하고.

대체로 부모와 선생님이 말하는 방식을 그대로 닮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예기치 않은 말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이들과 합리적이고 가지런한 대화를 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뒤죽박죽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재밌기도 하다. 종종 너무 솔직하고 엉뚱한 대답이 무서울 때가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도 자라면 좀 더 예의바르고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숨길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말을 잘 안 듣고 떼를 써서 달래기 힘들지만 아이의 세계에 좀 더 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을 것이다. 흉내 낼 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시기니까 말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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