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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삼송지구 폐기물 처리비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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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삼송지구 폐기물 처리비 '날벼락'

입력
2015.0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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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복합쇼핑몰터 파기 공사 중 잡석·생활폐기물 등 25만여㎥ 발견

"부지 방치하던 LH가 떠넘기기만…" 주민 40여명 130억원 물어낼 판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에 사는 김모(86)씨는 지난해 12월 24일 내용증명 한 통을 받았다. 한국토지주택(LH)공사가 보낸 내용증명은 2006년 11월 삼송 택지개발사업에 수용된 김씨의 땅 6,702㎡에서 콘크리트와 벽돌, 생활쓰레기 등 폐기물 1만7,230㎥가 쏟아져 나왔다는 통보였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에 따라 처리비 8억8,000여만원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도 담겼다.

김씨의 딸(57)은 “아버지가 평생 일구던 땅을 반강제로 빼앗아 놓고 8년이나 지난 뒤에 쓰레기 처리비를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쌀농사를 짓던 논에서 벽돌이 나왔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양 삼송지구의 옛 토지주 40여명이 130억원에 달하는 폐기물 처리비용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LH가 신세계에 팔아 넘긴 삼송지구 땅에서 25만7,000㎥가 넘는 폐기물이 나왔다며 이를 떠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LH와 주민들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9월쯤 신세계에 삼송지구 내 부지(도시지원시설용지 1-1BL) 9만6,555㎡(89개 필지)를 1,777억원에 매각했다. 신세계는 이곳에 4,00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백화점, 명품관, 영화관 등을 하나로 묶는 복합쇼핑몰을 건립하기로 하고 터 파기에 들어갔다가 폐기물이 대량으로 묻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달 22~26일 LH와 함께 시험시굴을 한 결과 지하 2~2.5m 구간에서 잡석과 콘크리트, 벽돌, 생활폐기물 등이 무려 25만7,480㎥나 매장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세계는 이를 토대로 LH에 처리비용 128억8257만원을 청구했고 LH는 일단 자체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치운 뒤 원 소유주 41명에게 분담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계획이 확정되면 주민 1인당 평균 3억142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수용된 토지 대부분이 논과 밭으로, 농사를 짓는 동안 폐기물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LH가 토지를 수용한 뒤 불법 매립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자신의 밭 2,815㎡가 수용된 진모(63)씨는 “2년 넘도록 해당 부지에 펜스 등 아무런 보호막을 해두지 않던 LH가 일이 터지니 원 주민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씨는 LH가 통보한 폐기물 1만2,106㎥의 처리비 6억1,968만원을 내면, 수용 과정에서 납부했던 양도세 3억여 원을 포함해 무려 9억원이 넘는 돈을 뱉어내는 꼴이 된다. 2004년 2월 이 땅을 5억여 원 주고 매입한 진씨는 2년여 뒤 11억6,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LH에 넘겼다. 그는 “형과 함께 땅을 샀다가 되레 2억4,000만원을 뜯기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진씨 등은 앞으로 대책위를 꾸려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LH 고양사업본부 관계자는 “원 소유자들에게 하자담보책임을 지울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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